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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관세 뺀 명품, 일제히 값 올려

by bomida 2011. 7. 14.

한·EU FTA 역효과


유럽산 명품 업체들이 판매 가격을 속속 인상하고 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관세가 없어지면 가격이 내릴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프랑스 루이뷔통은 2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4~6%씩 값을 올렸다. 프랑스 샤넬은 5월 주요 핸드백 값을 25% 인상했다. 이탈리아 프라다도 이달 들어 3~12%씩 가격을 올렸다. 프랑스 카르티에는 15일부터 시계 값을 3~8%씩 인상하기로 했다. 명품 화장품 업체들도 가세했다. 프랑스 샤넬과 크리스티앙 디오르, 로레알은 립글로스와 향수, 자외선차단제 값을 인상했다.

한·EU FTA 발효로 유럽산 가방(8%)과 의류(13%), 화장수(6.5%)에 붙는 관세가 즉시 또는 단계적으로 없어지지만 미리 값을 올려 FTA 효과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명품 브랜드 업체들은 “환율을 감안해 세계적으로 값을 조정한 것”이라며 “제품 생산은 유럽에서 하지만 홍콩, 스위스 등 EU 비회원국을 거쳐 들어와 관세가 감면되지 않기 때문에 가격 인하 요인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 고가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유일하게 15일부터 가격을 최대 10% 내리기로 했다. 에르메스의 베스트셀러 상품인 버킨25 핸드백의 경우 1236만원에서 1199만원(3%), 캘리 35는 988만원에서 929만원(6%)으로 내린다.

에르메스코리아 관계자는 “한·EU FTA로 인해 관세가 면제되는 부분이 있어 이를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값이 올라도 명품 판매는 늘고 있다. 루이뷔통의 국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31.2%, 샤넬은 54.8%, 구치는 19.5% 증가했다.

이문규 연세대 소비자마케팅학과 교수는 “값이 크게 올라도 구매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소비자가 ‘이성적인 소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남에게 보여주려는 과시욕과 자기 위로 등 탓에 값이 비쌀수록 그 제품을 더 선호하고 집착하게 만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