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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중동과 아프리카

남녀 함께 즐긴 콘서트, 사우디서 ‘자유’는 가능해질까

by bomida 2017. 12. 4.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 야니가 공연을 하고 있다. 객석에는 남성과 여성 관객들이 섞여 앉아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야니 트위터(@Yanni)


 “1979년 이전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뮤지컬 극장도 있었고, 남녀가 함께 관람했다. 메디나의 상사법원의 첫 판사는 여성이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32)가 지난달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과의 인터뷰에서 엄격한 종교주의 와하비즘이 지배하기 전 사우디를 설명하며 한 말이다. 자신의 개혁을 “이슬람의 재해석이 아닌 복원”이라고 강조하며 ‘온건한 이슬람’으로 돌아가겠다는 왕세자의 선언은 사우디 사람들의 일상, 특히 여성들의 삶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 그리스의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 야니가 제다에서 열었던 공연은 남성과 여성이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공개된 장소에서 서방의 음악을, 성별 좌석도 구분하지 않고 감상하는 것은 엄격한 와하비즘을 근간으로 삼았던 사우디에선 그동안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또 메카에 이어 2대 이슬람 성지로 꼽히는 메디나에는 여성 전용 행정기관이 생긴다. 2일(현지시간) 아랍뉴스는 영업면허와 건축허가, 지원과 투자점검 등 여성의 사회활동을 위한 모든 행정 절차가 이곳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메디나주 관계자는 “여성의 능력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행정기관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도 리야드에서는 오는 21일부터 엿새간 여성 투자자들을 위한 전시회도 열린다. 600여개 업체가 참가하는 전시회에는 디자인·요리·수공예품·예술·향수·기술 등의 분야에 1000명이 넘는 여성들이 참가 신청을 했다고 한다. 여성들이 가정에서의 생산활동을 정부와 민간기업들이 지원하고 장려하기 위한 자리라는 게 전시를 기획한 리야드 주의 설명이다.


  이 같은 조치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사우디를 개방하는 ‘비전 2030’ 정책 가운데 여성들도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것이다. 


  사우디는 앞서 여성들을 옥좼던 종교경찰의 권한을 대폭 축소했고, 내년 6월부터 여성 운전도 허용했다. 프리드먼은 이 변화를 두고 “청년들의 새로운 자부심이자 새 정체성”이라고 했다. 무함마드는 부패청산에 속도를 내는 것 역시 인구의 70%인 젊은이들이 원하는 국가를 위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왕세자가 개혁을 앞세워 더 큰 억압을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사우디 정치평론가 자말 카쇼기는 지난 1일 독일 슈피겔 기고에서 “사우디 청년들은 무함마드의 행동 방식에 마찰을 겪고 있다고 한다”며 “이들은 변화를 원하는 동시에 변화 과정에도 참여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정치적 풍자와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 어떠한 왕실에 대한 비판도 용납하지 않는 데 대한 비판이다. 사우디에선 지난 3개월 동안 왕자들을 비롯해 70명의 지식인, 사업가, 성직자들이 체포됐다.


   카쇼기는 “잇따른 체포·구금으로 왕세자는 사실상 민간과 군부의 절대적인 권력을 갖게 됐다”며 “과거 사우디에 완전한 언론의 자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이) 총체적이고 완전한 복종을 요구받은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