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운데)가 26일(현지시간) 수도 리야드에서 이슬람대테러군사동맹(IMCTC) 첫 회의에 참석해 다른 40개 이슬람국가 국방장관과 함께 서 있다. 리야드|AF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대테러전을 위한 중동의 연합체를 구성하고 극단주의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자신의 리더십은 세속적 왕권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한편 지역 내 반이란 전선을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사우디의 무함마드를 포함한 41개 이슬람 국가 국방장관은 26일(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이슬람대테러군사동맹(IMCTC)의 첫 회의를 열었다고 알라비야 등이 보도했다. 300명 이상이 희생된 이집트 시나이반도 북부 알라우다 모스크 테러가 터진 지 이틀 만에 열린 이번 회의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요청으로 소집됐다.
그는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번 테러에 대해 “고통스러운 사건”이라며 “극단주의 테러리즘의 가장 큰 위험성은 관대한 종교(이슬람)의 명성을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폭력적인 극단주의에 맞선 ‘범이슬람연합전선’으로 규정된 동맹에는 사우디 혈맹인 아랍에미리트연합과 바레인, 예멘, 레바논, 이집트, 아프가니스탄, 우간다, 소말리아, 모리타니, 터키 등이 포함됐다. 동맹의 대테러군 사령관으로 임명된 라헬 샤리프 전 파키스탄 참모총장은 “테러리즘에 집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연합을 구성한 것이라며 “어느 나라나 종파, 종교에도 반대하지 않는다. 온건한 이슬람을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동에서 칼리프 국가를 선언했던 IS의 장악지를 함락시키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 이라크와 시리아가 빠진 점은 이같은 목표에 의구점을 낳는다. 미국 주도의 대IS연합군에서 역할이 미미했다. 특히 동맹에서 배제된 이라크와 시리아는 국내 정치에서 IS 격퇴전을 지원한 이란의 영향력이 커진 곳들이다.
극단주의와 맞서자는 구호가 사실상 이란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우디는 이란이 대테러를 빌미로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반군 등 중동 전역의 무장단체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강한 사우디를 위해 ‘대이란’ 전선 구축에 여념이 없지만 성적은 썩 좋지 않다. 3년 전 시작한 예멘 전쟁은 답보상태에 빠져 인도주의 위기만 커졌다. 레바논에선를 사드 알하리리 총리가 사우디에서 헤즈볼라의 내각 장악을 비판하며 사퇴 발표했다 18일 만에 철회했고, 이라크엔 이란이 지원하는 12만명의 시아파 민병대가 군을 장악한 상황이다. 이란과의 관계를 빌미로 사우디가 봉쇄조치를 했던 카타르는 이란, 터키와 교역 확대를 위한 실무단을 꾸리며 사우디 그늘에서 더 벗어나고 있다.
앞서 지난주 샤리프 사령관이 걸프뉴스 인터뷰에서 “(IMCTC가) 나토를 포함한 국제기구와 동맹을 맺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대테러작전을 수행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해 실제 군사행동을 수행할 의지도 밝혔지만, 중동의 최대 미군기지인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가 있는 카타르가 동맹에서 빠져 있어 서방과 공동작전을 실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무함마드의 대테러동맹이 정치적 선전일 뿐이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자신을 현대적이며 세속적인 젊은 왕세자로 그리는 무함마드가 ‘급진주의를 지원한다’는 사우디의 이미지를 벗겨내기 위해 ‘대테러’를 핵심 정치의제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달 2000여명의 세계 투자자들을 리야드에 초청해 “지난 30년간은 (진정한) 사우디가 아니었다”며 “온건한 이슬람”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번 동맹이 중동 내 분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알카에다와 IS를 ‘적’으로 지목하는 것은 쉽지만 무슬림형제단이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등에 대해선 국가별로 견해가 다르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만 알타니 외교장관은 지난주 런던에서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지역의 종파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하며 “더 이상의 수니 대 시아 분열을 (중동이)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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