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무함마드 왕세자가 24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 참석해 강연을 듣고 있다. 리야드|AFP연합뉴스
“지난 30년간은 (진정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니었다. 우리는 우리가 해왔던 일을 해나갈 것이다. 모든 종교와 세계, 모든 전통과 사람들에게 열린 온건한 이슬람이다.”
사우디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무함마드 왕세자가 24일(현지시간) 2000여명의 세계 각국 투자자들이 모인 가운데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투자회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서 이같이 밝히자 청중들이 일제히 긴 박수갈채를 보냈다.
32세 젊은 왕세자는 어느때보다 단호한 말투로 “우리는 단순하게 우리가 좇았던 것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우디 인구의 70%가 30세 미만의 젊은이들”이라며 “솔직하게 말하면 우리는 앞으로 30년을 극단주의자들과 싸우는데 낭비하고 싶지 않다. 그들을 지금, 당장 파괴하겠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초보수주의 국가였던 사우디에 대해서도 “정상적이지 않다”고 했다. 이란 혁명에 대한 반작용으로 종교적 엄숙주의가 지배했던 것은 전임 국왕들이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몰랐던 것”이라고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짚었다.
지난 수십년간 사우디에선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문화·경제 개혁을 진행 중인 그의 발언 가운데 가장 단호한 표현이었다. 또 극단주의 이슬람에 대한 강력한 비난이다.
살만 사우디 국왕의 제1후계자로서 권위를 강화하려는 것뿐 아니라 그와 그의 개혁을 지지하지 않는 성직자들은 배제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개혁의 실무를 맡을 공직자들에 대해 절대적인 충성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주요 20개국(G20)이고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국 중 하나이며 3개 대륙의 중심에 있다. 사우디를 변화시키는 것은 지역에 도움이 되고 세계를 바꾸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우리가 모든 이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를 바란다.”
무함마드의 개혁의 핵심은 국가의 근간을 만든 강경파 성직자와 왕가의 동맹을 깨뜨리는 것이다. 그가 말한 ‘온건한 이슬람’으로 회귀는 1979년 이전의 사우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해 이란은 혁명을 통해 세속적 ‘샤(왕)’를 전복하고 이란이슬람공화국을 세웠고, 사우디의 성지 메카에서 수니파 근본주의자들의 그랜드 모스크(마지드 알하람)를 장악했으며 동부 알하사에선 시아파의 반란이 일어났다.
이후 사우디는 달라졌다. 엄격한 이슬람 와하비즘과 손을 잡고 강경한 종교주의로 대응했다.
그러나 사우디 왕가를 지탱했던 강력한 석유 경제는 쇠락하고 있다. ‘젊은 국가’ 사우디는 10년 내 최소 500만명이 노동 인구에 진입한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개혁은 결국 그와 비슷한 연령대의 사우디 청년들이 가진 경제,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해결하기 위한 방향인 셈이다.
그는 가디언에 “경제적 변혁뿐 아니라 사회적 변혁도 중요하다”며 시민과 국가 간 새로운 사회적 계약 없이는 경제적 부활도 실패한다고 강조했다.
여성들의 운전 허용, 남성 후견인 제도 축소, 종교경찰 권한 대폭 축소 등의 정책들은 변화를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이날 5000억달러(약 564조원)를 투자, 북서부 홍해 주변 사막에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는 독립 신도시 ‘네옴’ 건설계획을 밝힌 것도 경제적으론 ‘탈석유’를, 사회문화적으론 더 적극적인 ‘개방’ 추구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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