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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미주

85년 만에 강진 멕시코···‘예방주사’ 효과?

by bomida 2017. 9. 10.

지난 7일 오후 11시49분(현지시간) 규모 8.2의 역대급 강진이 강타한 멕시코 오악사카주 후치탄시에서 건물이 무너져 9일 구조대가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규모 8.2의 역대급 강진이 강타한 멕시코에서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90명으로 늘었다. 건물 붕괴 등으로 한 도시에서 30여명이 숨지는 참극도 벌어졌으나 지진의 크기에 비해선 사상자가 적었다. 진원이 깊어 해안가에서 시작된 진동이 대도시까지 전달되지 않은 데다 32여년전 지진 대참사가 ‘예방주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멕시코 남부 오악사카 주정부는 지난 8일 자정 직전(현지시간) 남부 태평양 해안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시청과 시장, 병원 건물과 수백채의 주택들이 무너져 총 7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고 9일 엘우니베르살 등이 보도했다. 이 지역에서는 호텔 건물도 붕괴됐지만 투숙객들이 미리 대피하면서 사상자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동부 타바스코에선 병원이 정전되면서 인공호흡기 작동이 멈춰 어린이를 포함한 3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멕시코 전역의 사망자는 90명으로 늘었다. 국립시민보호청은 구조작업에 따라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멕시코 당국은 수도와 중남부 11개주에 휴교령을 내렸고,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부터 사흘간을 국가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이번 지진은 미국으로 향하는 중미 이민자들의 중간 기착지인 치아파스주 타파출라 해안에서 165㎞ 이상 떨어진 지점에서 일어났지만, 전체 인구의 4분의 1인 5000만명이 진동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다. 5000명의 사망하고 25만명이 대피한 1985년 수도 멕시코시티 지진(규모 8.0)과 1932년 수도 서쪽 500㎞ 지점에서 일어나 400여명이 목숨을 잃은 지진(규모 8.1보다도 센 강도였다. 미국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규모 4.0을 넘는 큰 여진도 20번 이상 이어졌다. 그러나 앞선 지진들과 비교하면 피해가 많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진원 깊이가 69.7㎞로 1985년 지진에 비해 2배 이상 깊었고, 대도시의 피해가 없었던 점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진앙지가 965㎞나 떨어져 큰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이 주효했다.


 특히 멕시코는 1985년 참사 이후 지진에 대비하기 위한 갖가지 조치들을 내놨다. 우선 전국에 1곳뿐이었던 지진 센서를 100여개로 늘렸다. 센서에서 진동을 감지하면 할리스코, 미초아칸, 게레로, 오악사카 등 전국 8200개 경보 시스템에 자동으로 전달되도록 연동하고, 규모 5.5 이상의 지진은 전국 지역 공무원과 당국자들에게 즉시 경고 알람이 울리도록 했다. 지진 감지에서 경고까지 1분이 걸리지 않아 수도까지 진동이 도착하기 전에 대피 경보를 내릴 수 있게 한 것이다.


 건축법도 바꿔 신축 건물은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기존 건축물들은 콘크리트와 강철로 보강하도록 했다. 멕시코시티에 들어선 멕시코 국영석유기업 페맥스의 본사나 세계무역센터 건물 등은 규모 8 이상의 지진도 견딜 수 있다. 지난 2012년 4월 멕시코 남서부 휴양도시 아카풀코에서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던 것도 이 같은 대응 덕이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멕시코는 세계 지진의 90% 가까이가 일어나는 ‘불의 고리’에 위치해있다. 멕시코시티는 3개 지각판이 교차하고 있는데다 호수였던 분지 지형에 들어서 지반도 약하다. 치아파스주는 5개 판이 상호 작용하는 지점으로 1970년 이후 규모 7.0 이상의 지진만 3번 일어났다. 또 법은 강화됐지만 허가없이 지어진 불법 건축물들이 많다는 점도 문제다. 수도에도 건물의 40%가 전문 건축가가 지은 것이 아닌 불법 건축물이다. 이번 지진 피해도 수도보다 건축법 단속망을 피하는 경우가 많은 남부 오악사카와 치아파스, 타바스코 등지에서 많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이번 대응이 “운이 좋았을 뿐 완벽한 수준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멕시코 비영리시민단체 계측과지진관측센터의 후안 마누엘 에스피노사는 “(진원인)치아파스와 멕시코시티 사이의 거리가 절반만 됐어도 (지진 피해에 대한)시나리오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라며 “지진에 완벽한 준비라는 것은 절대 없다. 개선돼야 할 건축기준들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