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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미주

어마어마한 허리케인 ‘어마’, 강력 폭풍의 ‘뉴노멀’ 시대

by bomida 2017. 9. 7.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가 6일 오전 7시(현지시간)에 GOES-16 위성에서 찍은 허리케인 어마의 모습. NOAA 트위터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를 초토화시킨 데 이어 ‘괴물’ 허리케인 ‘어마’가 카리브해를 지나 플로리다로 북상 중이다. 멕시코만과 대서양에서 15일 만에 초강력 폭풍 2개가 잇따르면서 극단적인 기후가 ‘뉴노멀’인 시대가 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대서양에서 발생한 열대성 폭풍 어마가 시속 295㎞ 이상의 최고등급인 ‘카테고리 5’ 규모의 허리케인으로 몸집을 불려 7일 오전(현지시간) 푸에르토리코를 지나 도미니카공화국, 아이티를 통과해 쿠바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마가 휩쓴 카리브해 동부의 섬들은 강풍과 폭우로 4명의 사상자가 나오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어마는 10일 밤쯤 플로리다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NHC는 “‘재앙적 폭풍의 잠재력’을 가진 어마가 지나는 지역에 6m 높이의 해일과 120~300㎜의 비를 뿌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경계령을 발동하고 플로리다, 푸에르토리코, 미국령 버진제도에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하비는 텍사스 연안에 지난 25일 텍사스 연안에 상륙하면서 40여명의 사망자를 낳고 주택 20만채 이상을 파괴한 하비에 이어 위성을 통한 기상관측 이래 40년 만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강력한 어마가 미 본토를 위협하면서 전문가들은 ‘폭력적인 날씨가 일상화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콜로라도주립대 필 클로츠바흐 교수는 “24시간 이상 시속 약 290㎞(185마일) 이상의 풍속을 유지한 폭풍은 하이옌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2013년 필리핀을 강타한 ‘슈퍼태풍’ 하이옌은 순간 시속이 379㎞에 달하는 역사상 최강 위력으로 1만500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보통 고온다습한 7월부터 11월까지 미국의 허리케인 시즌에는 12개의 폭풍, 11개의 허리케인이 형성된다. 해마다 이맘때 카리브해와 멕시코만을 뒤흔드는 허리케인은 온난화가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해수면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폭풍의 바람 세기와 비의 양을 늘린다는 것이 중론이다. 어마도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0.7~1도가량, 하비는 0.5도 이상 높은 상황에서 만들어졌다. 바다 표면이 0.5도 더워질 때마다 대기의 습기량은 3%가 증가한다. 이에 열대성 저기압이었던 하비는 텍사스 연안을 통과하며 4등급의 허리케인으로 변했고, 어마는 약 7조W(와트)에 달하는 에너지를 가진 괴물 폭풍이 됐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허리케인 전문가 케리 에마뉘엘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된 모든 폭탄의 약 2배에 달하는 위력”이라고 AP통신에 설명했다.


 지난 100년간 해수면이 20㎝ 상승한 점도 허리케인의 ‘주연료’를 풍부하게 공급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의 앤더스 레버만은 “기후학자인 나도 하비 직후 엄청난 폭풍(어마)이 (발생했다는 데) 놀랍다”며 “불행하게도 물리학은 매우 명확하다. 허리케인은 바다의 열에서 파괴적인 에너지를 얻는다. 현재 이 지역의 수면 온도는 매우 높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말했다. IBM 산하 기상업체인 웨더언더그라운드는 “한 시즌에 4급 하비와 5급 어마까지 초대형 폭풍이 잇따르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실제 1851년 관측 이래 미국에서 카테고리 5의 허리케인이 본토에 상륙한 것은 3건뿐이었다.


 극단적 날씨로 인한 재앙은 이미 세계적 현상이다. 하비가 미국을 강타하던 시각 남아시아에선 지난 8월부터 시작된 몬순이 홍수를 부르면서 1200명 이상이 사망하고 40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유럽에선 지난 겨울 스코틀랜드와 웨일즈, 북아일랜드 등지에서 기록적인 혹한을 겪었고 올 여름엔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폭염과 가뭄에 시달렸다. 스위스 알프스 마을에선 빙하와 동토층이 녹아 해발 3300m가 넘는 봉우리에서 400만 톤에 달하는 바위와 토사가 쏟아져 내리기도 했다.


 극단적 날씨로 인한 재앙은 이미 세계적 현상이다. 하비가 미국을 강타하던 시각 남아시아에선 몬순이 홍수를 불러 1200명 이상이 사망하고 40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난겨울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등은 기록적인 혹한을 겪었고, 올여름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은 폭염과 가뭄에 시달렸다. 스위스 알프스 마을에선 빙하와 동토층이 녹아 거대한 산사태가 나기도 했다. 이 같은 자연재해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지구 표면의 온도가 3년 연속 기록을 경신하며 1880년 이래 가장 높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세기 지구의 평균기온이 1.8도 올랐다고 밝혔고, 네이처기후변화는 기온이 1도 오를 때 강우량이 5~10%씩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페테리 타알라스 WMO 사무총장은 “인간 활동이 날씨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도 멕시코만에 접한 탐피코항에선 ‘카티아’가, 대서양 동부 해상에선 ‘호세’가 열대성 폭풍에서 허리케인급으로 발달했다. 영국 브리스톨대 캐벗연구소의 댄 미첼은 “어마와 하비는 더워진 미래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극단적 날씨의 ‘뉴노멀’에선 기후와 관련해 선례의 신뢰도 떨어뜨린다. 지난달 하비로 인해 닷새간 휴스턴에 내린 비의 양은 500년만에 한 번 나타나는 빈도로 분석됐지만 이는 확률이 0.2%에 불과했기 때문에 나온 수치였다. 지난 3년간 텍사스는 100~500년마다 올 수 있는 기후가 이미 3번이나 발생했으며 앞으로는 더 많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영국 브리스톨대 캐벗연구소의 댄 미첼은 “어마와 하비는 더워진 미래에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에 보여준다”며 “극단적인 강수량과 폭염, 가뭄에 누가 가장 영향을 받을 것인지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