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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테러] 왜 차량 공격인가···IS·신나치즘 등 극단주의 ‘무기’

by bomida 2017. 8. 18.

17일(현지시간)차량 돌진 테러로 최소 13명이 사망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에서 한 시민이 아이를 안고 뛰어가고 있다. 바르셀로나|AP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에서 일어난 테러와 같이 차량 공격은 극단주의 추종자들이 일상을 저격하는 무기가 됐다. 시민들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무차별하고 잔인하게 일어나 ‘마이크로 테러’로 불린다. 그만큼 두려움을 확산시키는 파급력이 상당하다.


 이날 테러도 해마다 전 세계 관광객 3000만명이 찾는 바르셀로나에서 줄지은 상점가와 구시가지 풍경을 즐기기 위해 가장 인파가 몰리는 거리를 공격하면서 피해를 키웠다.


 올 들어 유럽에선 영국 런던, 스웨덴 스톡홀름, 프랑스 파리에 이어 바르셀로나·캄브릴스까지 벌써 8번째 차량 테러가 발생했다. 승용차, 승합차, 트럭 등 종류만 다를 뿐 모두 도심 중심가의 인도 위, 거리 속으로 차량을 돌진시켰다.


 앞서 3월 런던에선 의사당 인근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이슬람국가(IS) 추종자인 용의자가 인도로 차량을 돌진시킨 뒤 차에서 내려 흉기를 휘두르면서 범인을 포함한 6명이 사망하고 50명이 다쳤다. 런던에선 6월에도 런던브리지와 인근 버러마켓에서 일어난 차량·흉기 테러로 6명이 사망했다. 스톡홀름에서도 4월 망명 신청이 거부된 우즈베키스탄 출신 남성이 시내 중심가에서 행인들 사이로 차량을 몰아 5명이 사망했다. 파리에서는 도심 샹젤리제 거리에서 6월 가스통을 실은 차량이 경찰차를 향해 돌진하는 테러가 터진 데 이어 지난 9일 수도 인근 르발루아-페레에서 군인들을 향해 차량이 돌진해 6명이 다쳤다. 프랑스는 지난해 7월 니스에서 트럭 테러로 86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로 사회가 충격에 빠진 바 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도 지난 12일 신나치즘을 주장하던 남성이 백인우월주의자에 맞서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 사이로 차량을 몰아 1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특히 차량으로 돌진한 뒤 아수라장이 된 현장의 시민들을 흉기로 또 한번 공격하는 ‘차량·흉기(ramming+stabbing) 테러’는 이슬람 극단주의 추종자들의 가장 손쉬운 전술이 됐다. 테러를 막기 위한 서방국가들의 보안이 강화되면서 ‘외로운 늑대’나 조직의 개별 지령을 받는 이들이 시리아 등 테러집단의 ‘본거지’로 가기 힘들어져 만든 대안이다.


 알카에다는 자체 선전지인 인스파이어에 “보행자 전용 공간을 선택해 인파 속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속도를 최대한으로 높여 사상자 수를 늘리라”는 상세한 지침까지 내렸으며, IS는 2014년 선전물을 통해 차량을 이용한 민간인 공격을 촉구하기도 했다.


 미 교통안전청(TSA)의 지난 5월 보고서를 보면 IS가 이 같은 지령을 내린 2014년부터 올해 4월까지 17건의 차량 돌진 테러가 발생해 173명이 숨지고 667명이 다쳤다. TSA는 차량 테러가 사전에 공격 계획을 들키지 않을 수 있는 데다 공격이 성공할 경우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점을 들어 “정교하지 않은 이 전술을 테러조직들은 계속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폭발물이나 무기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인 테러리스트들에게 최소한의 사전 훈련이나 경험이 없어도 공격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각국이 대테러 수사를 벌이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격 위험성이 있는 인물들을 관리해도 사전에 막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2014년 캐나다 퀘벡에서 이슬람 극단주의를 추종하며 자신의 승용차로 군인 2명을 치고 달아났던 용의자 마르탱 쿠튀르 루로는 당국이 ‘주의 인물’로 분류해 여권도 압수한 상태였으나 공격을 예방하지 못했다.


 가디언은 1990년대 이슬람 세력과 교전을 경험한 프랑스가 예산 부족과 국내외 정보공유의 한계로 미국과 영국에 보안능력이 뒤처지며 2014년 이후 반복되는 크고 작은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역시 2004년 테러 이후 정보기관 투자를 늘리고 2008년 대규모 테러를 계획한 조직을 사전에 체포하기도 했지만 이날 공격은 막지 못했다.



[스페인 테러] 하룻밤에 두 차례 차량 테러 ···‘소프트 타깃’ 안전지대 없다


 스페인에서 하룻밤 사이 일반 시민들을 향해 차량을 돌진시키는 무차별 공격 두 건이 연달아 터졌다. 올해 들어 유럽에서 일어난 차량 돌진 테러만 8번째다.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가운데 무방비 상태의 시민과 여행객을 노린 ‘소프트 타깃’ 공격의 안전지대는 없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바르셀로나 경찰은 바르셀로나의 유명 관광지인 람블라스 거리에서 17일 오후 5시쯤(현지시간) 흰색 밴 차량이 인파를 향해 돌진해 3세 아이를 포함, 14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부상자 10여명은 위중한 상태여서 사망자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독일·벨기에인 관광객이 사망하는 등 20여개 국적의 피해자가 나왔다.


 테러범들은 카탈루냐 광장에서 해변까지 1.2㎞ 정도 이어지는 이 거리에서 차량을 타고 500m가량 지그재그로 질주했다고 현지 엘파이스 등이 보도했다. 용의자 중 스페인과 모로코 국적의 2명은 사건 직후 체포됐고, 차량을 운전했던 18세 용의자 등은 경찰의 추격 끝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테러 공격”으로 규정했으며 IS는 자체 선전매체인 아마크통신을 통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차량 돌진 테러로 최소 13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친 스페인 바르셀로나 도심 람블라스 거리에서 17일(현지시간) 경찰들이 용의 차량을 수사하고 있다. 바르셀로나|AP연합뉴스


 18일 오전 1시쯤 바르셀로나 남쪽 120㎞ 떨어진 캄브릴스에서도 차량 테러가 일어났다. 시민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 경찰은 용의자 5명을 현장에서 사살했다. 일부는 가짜 자폭조끼를 입고 있었다. 호아킨 포른 카탈루냐주 내무장관은 현지 RAC1 방송에서 “캄브릴스 공격은 바르셀로나와 같은 흔적이 보인다. 두 사건은 연관이 있다”고 했다.


 특히 당국은 테러범들이 사전에 부탄가스통을 이용한 차량 폭탄테러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바르셀로나 남쪽 200㎞에 있는 알카나르 주택가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는 이들이 가스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계획대로 범행이 이뤄졌다면 훨씬 큰 규모의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었던 셈이다. 


 스페인은 2004년 3월 수도 마드리드에서 알카에다 추종자들의 열차 폭탄테러로 191명이 숨졌다. 최근 프랑스·영국·벨기에·독일 등 서유럽에서 극단주의 테러가 급증했지만 스페인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가로 꼽혔다. 하지만 소프트 타깃을 향한 극단주의의 공격을 비켜가지 못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기로 했다.

 

스페인 왕실은 성명을 통해 “살인자들, 범죄자들이 우리를 공포에 몰아넣지 못할 것”이라며 “스페인 전체가 바르셀로나다. 람블라스 거리는 다시 한 번 모든 이들을 위한 곳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도 “스페인은 여러차례 테러리즘과 맞서 싸워왔으며 이번에도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바르셀로나 테러 직후 성명을 통해 “오늘 발생한 끔직한 테러의 희생자들을 애도한다”고 밝혔고 런던브릿지 차량 테러 등이 터졌던 런던의 사디크 칸 런던시장도 트위터에 “바르셀로나와 함께 테러의 악에 맞설 것”이라고 위로를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스페인의 펠리페 6세 국왕에게 “민간인을 상대로 자행된 이 잔인하고 파렴치한 범죄를 단호히 비난한다”는 전문을 보내 애도를 표시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도 “미국과 동맹국들은 세계 도처에 있는 테러리스트들을 찾아내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