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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이슈

[김보미의 도시&이슈] 신나치즘 ‘무기’된 샬러츠빌의 차량테러

by bomida 2017. 8. 16.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12일(현지시간) 남부연합 기념물 철거에 반대하는 백인우월주의자들과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맞서면서 대규모 폭력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자동차 1대가 시위 현장으로 돌진해 한 남성이 공중으로 튕겨져 나가고 있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샬러츠빌|AP연합뉴스


 도심 거리에서 차량이 시민을 향해 돌진한다. 무방비 상태인 대상을 무차별하고 잔인하게 공격하는 이 방식은 일상의 공간을 두려움의 장소로 바꾸는 파급력을 가진다.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지난 12일(현지시간) 폭력시위에 참가한 백인우월주의자가 자신들의 주장에 반박하는 시민들을 차로 들이받아 1명이 숨졌다. 신나치즘과 결부돼 발생한 이 공격은 인종차별을 주장하는 그들의 외침만큼 충격이 컸다.


 ‘마이크로 테러’로도 불리는 차량 돌진 테러는 이미 일상을 위협하는 공포가 됐다. 14일에도 프랑스 파리 외곽에서 한 남성이 차를 몰고 피자가게로 돌진해 열세살 소녀가 현장에서 숨졌다. 지난해 7월 니스에서 트럭 테러로 86명이 목숨을 잃었던 프랑스에선 올 6월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도 가스통을 실은 차량이 경찰차를 향해 돌진했다. 영국 런던브릿지에서 관광객과 시민들을 상대로 한 차량 돌진과 흉기공격에 이어 북부 핀스버리파크 모스크 인근에서 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차량 테러가 연달아 터졌다.



  미 교통안전청(TSA)이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2014년부터 지난 4월까지 17건의 차량돌진 테러가 발생해 173명이 숨지고 667명이 다쳤다. TSA는 “차량 테러는 대중을 상대로 한 (공격)계획을 사전에 들킬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공격이)성공할 경우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한다”며 “이 때문에 정교하지 않은 이 전술을 테러조직들은 계속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 살육 ‘괴물 트럭’ 지난해 7월15일(현지시간) 프랑스 경찰이 전날 니스 해변에 모인 인파를 향해 돌진한 대형 트럭을 감식하고 있다. 앞유리창은 범인과 경찰 간 벌어진 총격으로 벌집이 됐고 라디에이터그릴은 충격으로 떨어져 나갔다. 니스 | AP연합뉴스



 특히 차량으로 돌진한 뒤 아수라장이 된 현장의 시민들을 흉기로 또 한번 공격하는(ramming+stabbing) 방식은 이슬람극단주의 추종자들이 자국에서 벌이는 가장 손쉬운 테러 전술이 됐다. 서방 국가들의 공항 등지의 보안을 강화되면서 ‘외로운 늑대’나 개별 지령을 받는 극단주의 추종자들이 시리아 등  테러집단의 ‘본거지’에 가지 못하고 자국의 평범한 일상을 노리는 것이다. 테러집단의 ‘본거지’에 가지 못하면서 찾은 대안이다. 자국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노리는 것이다. 미 연방수사국(FBI)는 “폭발물이나 무기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인 테러리스트들에게 최소한의 사전 훈련이나 경험만으로 공격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분석했다.

 니스 테러와 런던브릿지 테러에 앞서 2014년 캐나다 퀘벡에서 일어난 차량 테러는 현지화된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의 서막이었다. 당시 이슬람으로 개종한 마르탱 쿠튀르 루로는 자신의 승용차로 군인 2명을 치고 달아나다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같은해 IS는 선전물을 통해 극단주의 추종자들에게 차량을 이용한 민간인 공격을 촉구한 이후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 곳곳에서 차량·흉기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알카에다 역시 자체 선전지인 인스파이어에 “보행자 전용 공간을 선택해 인파 속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속도를 최대한으로 높여 사상자수를 늘리라”는 상세한 지침까지 내렸다.

  미국의 군사정보전문업체인 스트랫포는 차량 공격이 “자폭처럼 치명적이진 않지만 예방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캐나다 당국은 차량 테러를 계획했던 루로를 ‘주의 인물’로 분류해 여권도 압수한 상태였으나 공격을 막지 못했다. 2008년 이후 예루살렘과 텔아비브에서 5건의 차량 테러가 이뤄진데 대해 미 싱크탱크인 민주주의국방재단의 대테러 전문가 데이브 가르텐스타인 로즈는 “이스라엘에서 이런 공격이 늘어나는 것은 보안장벽으로 폭발물 반입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온라인 잡지 슬레이트에 설명했다.

2008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불도저 공격이 일어나 시민 3명이 숨졌다.위키피디아


  차량 테러의 확산은 사회적 비용도 초래하고 있다. 테러조직이나 극단주의 추종자들뿐 아니라 지난 5월 미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일어난 차량 돌진과 같은 ‘묻지마 공격’을 막기 위해 인도에 볼라드를 설치하는 도시도 많아졌다. 

      프랑스 니스는 지난해 테러 이후 2000만 유로(266억원)를 들여 볼라드와 철제 울타리를 설치했다. IS 추종자의 인질극이 일어났던 호주 멜버른은 중심상업지구 중심가 8곳에 100개 이상의 볼라드를 설치했고, 미 네바다주에선 라스베이거스 보행구간에 6800㎏ 무게까지 견디는 볼라드 700개를 500만달러(57억원)를 들여 만들어놨다.

    지난 17일 차량테러가 터진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비롯해 유럽의 유명 관광지에서도 테러를 막기 위한 장애물이 들어서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스페인의 경우 2015년 튀니지 테러 이후 마드리드, 말라가, 팔마, 자라고자 등 주요 도시에는 도로 주변 인도를 따라 볼라드와 화분, 시멘트 방호벽을 설치돼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선 바르셀로나 테러 이후 밀라노 대성당과 근처 쇼핑몰인 갈레리아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인근 도로에 콘크리트 방호벽을 세웠다. 맨체스터 공연장 자폭테러와 두차례에 걸친 런던 차량테러를 겪은 영국은 이미 세워둔 차량 방지용 장애물 이외에도 대형 화분이나 조각상 등을 인도 근처에 설치했다. 독일은 프랑크푸르트 반호프스비어텔에서 열린 야간 거리축제 기간 도심 중앙역 부근 도로를 폐쇄하고 3t짜리 콘크리트 방호벽을 설치했다.

  시민들이 치러야 하는 심리적 비용도 있다. 광장과 같은 민주주의를 위한 공간, 자동차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구조가 바뀐 거리를 위협하는 탓이다. 누구의 소유도 아닌 공간에 대한 시민들의 권리(공공권)로   광장 등의 공간을 인식한 것은 19세기부터였다. 1866년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에서 참정권을 요구하던 집회를 영국 내무부가 막아서자 “공원은 일반 대중과 왕의 것”이라며 시민 20만명이 맞선 사건을 통해 이런 개념이 처음 공론화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모두에게 개방돼 있고, 접근하기 쉽도록 설계하는 광장은 태생적으로 차량 공격에 취약한 셈이다.

 백인우월주의을 주장하는 신나치즘 신봉자가 차량 돌진을 일으킨 샬러츠빌의 쇼핑몰 광장 역시 1979년 보행자전용거리로 꾸며진 상점가로 미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보행 중심의 공공공간을 유지한 장소로 꼽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