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사법원(헌법재판소)이 동성 결혼을 금지한 민법에 위헌 결정을 내려 아시아 최초로 대만에서 동성 결혼이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 등에 따르면 사법원은 24일 “결혼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만 가능하다”고 규정한 현행 민법 조항이 헌법이 보장한 성별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사법원은 관련 법률을 2년 안에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대법관 15명 중 1명이 기피해 14명이 참여한 이번 사건에서 위헌결정에 필요한 정족수 10명이 넘는 12명이 위헌 의견을 냈다.
사법원은 “이성 간 결혼에서 자녀를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조건이 없고, 자녀를 출산하지 않거나 불임이라고 결혼이 무효라는 규정도 없다”며 동성에게도 이를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대만의 유명 동성애자 인권운동가 치쟈웨이(祁家威)가 2013년 타이베이 완화(萬華)구에 동성혼인 등기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하면서 시작됐다.
대만에서는 1990년부터 동성 결혼을 허용해 달라는 운동이 시작돼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성소수자 권리에 있어 진보적인 편으로 꼽힌다. 그러나 2006년과 2012년 제안된 성소수자 관련 법률안은 입법원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해 5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집권하면서다. 차이 총통은 후보 시절 “혼인의 평등권을 지지한다”고 했다. 그가 임명한 천재 해커 탕펑(唐鳳) 디지털 정무위원은 대만 최초 트랜스젠더 장관이다. 차이 총통은 이날 페이스북에 “사법원의 해석과 각계 의견을 반영해 개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집권당인 민진당은 지난해 10월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지난해 12월 입법원 상임위를 통과했다. AFP는 이번 판결이 한국과 일본 등 결혼의 평등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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