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본격적인 브렉시트 철차를 앞두고 자신을 ‘지독하게 어려운 여자(bloody difficult woman)’라고 묘사하며 유럽연합(EU)에 협상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2일(현지시간) 남서부 브리스톨에서 열린 한 지역행사에 참석해 주민들 곁에서 웃고 있다. _ AP
메이 총리는 2일(현지시간) BBC 인터뷰에서 “지난해 보수당 대표 경선 기간, 한 동료가 나를 ‘지독하게 어려운 여자’라고 표현했다”며 “그걸 알게 될 다음 사람은 장-클로드 융커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보수당의 켄 클라크 전 재무장관이 메이를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 비교하며 언급했던 말이다. 메이가 이를 인용한 것은 융커 EU 집행위원장와 나머지 EU 국가들을 향해 ‘하드 브렉시트’를 추진하는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EU 27개국은 영국에 최대 600억 유로(약 74조원)의 ‘이혼합의금’ 요구하는 내용 등을 담은 브렉시트 협상 가이드라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메이 총리는 이 돈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는 뜻을 전했고, 융커는 EU가 아무 때나 떠날 수 있는 “골프클럽이 아니라”고 맞받았다. 융커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통화를 하면서는 메이가 “다른 세상에 있다”고 말했다. 이런 보도가 나오자 메이는 “가십거리”라고 일축했지만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메이의 강점뿐 아니라 약점도 보여준다고 BBC는 분석했다. EU의 일원으로서 영국이 거친 발언을 했다면 다른 나라들이 들어줬겠지만 탈퇴를 협상하는 상황에선 영국에 끌려다니거나 타협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굳히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메이 총리 ‘조기총선 카드’ 먹혔나···지방선거 보수당 압승
오는 6월 영국의 조기총선을 5주 앞두고 4일(현지시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이 압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보수당을 이끄는 테레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총 88개 지역의회에서 4851명을 뽑는 이번 선거는 6월8일 열리는 총선의 표심을 미리 반영하는 풍향계로 점쳐졌다.
5일 오후 2시30분 총 88개 지역의회 중 66곳이 개표가 끝난 가운데 메이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은 기존보다 무려 382석을 추가해 총 1313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150석 안팎을 추가할 것이라는 예상보다 배가 넘는 수치다.
반면 제1야당인 노동당은 205석이나 줄어든 751석에 그치고 있으며 자유민주당도 32석이 줄어든 324석 수준이다. 또 지난해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반(反)유럽연합(EU)’ 선봉에 섰던 영국독립당(UKIP)은 63석을 모두 잃어 한 자리도 차지하지 못했다. 이 같은 몰락은 지지층이 보수당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는 잉글랜드 34개, 스코틀랜드 32개, 웨일스 22개 등에서 치려졌으며 스코틀랜드와 웨일스는 역내 지역의회 전체, 잉글랜드는 일부 의회가 대상이었다. 웨스트미들랜즈와 그레이터맨체스터, 리버풀 등 신설된 6곳의 광역시장도 선출한다. 보수당은 웨스트잉글랜드에서 시장 당선자를 확정한 상태다. 스코틀랜드의회와 스코틀랜드 내 지역의회 다수를 지배하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메이 총리에게 제2의 독립 주민투표를 압박하고 있어 선거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으나 이 지역은 개표가 이날 아침 시작돼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조기총선의 방향은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는 EU와 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국민에게 재신임을 구하고 자신의 리더십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 조기 총선 ‘카드’를 꺼냈다. 보수당이 이날 지방 선거 결과로 입지가 강화된 데다 조기총선에서도 보수당이 하원 과반 의석수를 대폭 늘릴 것으로 보여 메이 총리의 협상력을 강화될 전망이다.
CNN은 “메이 총리가 ‘강한 브렉시트’ 추진을 앞두고 가장 큰 시험을 통과했다”고 전했으며 BBC 방송은 “조기총선을 한달여 앞둔 선거는 노동당에 우울한 전망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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