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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럽

끝나지 않은 전쟁…하노버 시민 5만명, 2차 대전 폭탄 수거에 ‘대피길’

by bomida 2017. 5. 8.

독일 북부 하노버에서 5만명의 시민이 휴일인 7일(현지시간) 대피길에 올랐다. 총인구 52만명 중 10분의 1에 가까운 인파다. 옷가지와 비상약, 먹을거리를 싸들고 집을 나서는 이들에게 시 당국은 전기와 가스를 확실히 잠가달라고 당부했다. 도심을 오가는 일부 트램과 버스가 멈췄고, 기차 운행도 잠시 중단됐다. 3개 학교 등지로 몸을 피한 시민들을 위해 간단한 식사가 준비됐으며 구급차들도 곳곳에 대기했다.

전시를 방불케 하는 이번 소개작전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투하된 폭탄을 수거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노버쉐알게마이네차이퉁은 “주민 대피가 끝난 뒤 제거작업이 시작됐다”며 “불발탄 발견 시 전문가 판단에 따라 해체 조치가 이뤄지며 저녁쯤 작업이 완료돼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하노버는 1943년 10월9일 연합군의 대대적인 공습을 받았다. 이날 하루에만 1245명이 숨졌고 25만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당시 투하된 폭탄은 26만1000개에 달한다. 2015년에도 옛 학교부지에서 250㎏ 규모의 폭탄이 발견됐고, 3만명 넘는 시민들을 대피시킨 뒤 해체한 바 있다. 하노버 남쪽 괴팅겐에선 2010년 해체작업 중 폭탄이 터지면서 3명이 숨졌다. 

전쟁은 70여년 전 끝났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독일 여러 도시에 남아 있다. 동부 오이스키르헨에서도 2014년 폭탄을 파내는 과정에서 인명사고가 났으며, 지난해 성탄절에는 독일 남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무려 3.8t의 폭탄이 나와 5만4000명이 대피한 뒤 제거됐다. 전후 독일 역사상 최대 규모 소개작전이었다. 2차대전 때 나치 전투기의 생산기지였고 유대인 수용소가 있었던 아우크스부르크는 연합군의 집중 폭격을 받았다. 지난해 발견된 폭탄은 1944년 영국 공군 공습 때 투하된 것이었다.

독일뿐 아니라 전쟁을 겪은 영국 런던 등 다른 유럽 도시에서도 수십년간 묻혀 있던 폭탄이 21세기 들어 주로 건설 공사를 위해 땅을 파는 과정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탈리아 동북부 도시 비첸차에서는 2001년 폭탄 제거를 위해 전체 주민의 3분의 2인 7만7000명이 대피했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모두 겪은 프랑스와 벨기에는 주로 농가에서 1차대전 때 사용된 100년 넘은 폭탄을 비롯해 지뢰와 같은 전쟁 무기들이 지금도 발견된다. 프랑스에서는 연간 900t, 벨기에에서는 150~200t이 수거된다. 

전쟁이 멈추지 않고 있는 시리아와 이라크도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유엔은 지난달 “2차대전 이후 아직도 여러 곳에서 불발탄이 발견되는 유럽처럼 이 국가들의 지뢰나 미폭발 병기가 모두 제거되려면 40~50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제거비용도 연 1억7000만달러(약 1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슬람국가(IS)에 장악돼 교전이 치열하게 벌어진 이라크의 모술은 연간 5000만달러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