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영 노동당 ‘제3의 길’ 연상…피용 발언도 그대로 사용
대선을 엿새 앞둔 프랑스에서 연설문 표절 시비가 불거졌다. 20년 전 좌파의 대안이었던 영국 노동당 ‘제3의 길’을 연상케 하는 표현이 극우파 마린 르펜(48) 연설문에 등장하면서다.
민족전선(FN) 후보 르펜은 1일(현지시간) 파리 인근 도시 빌팽트 유세에서 “불안한 세계를 이해하려면 두 가지 전체주의를 봐야 한다”며 “세계화와 이슬람주의”를 들었다. 그는 이런 분열의 “대안 노선”이 프랑스에 있다면서 “문화의 길, 토론과 타협의 길, 균형의 길, 개인의 자유가 답이며 이는 지극히 프랑스적”이라고 덧붙였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좌우 극단의 정치노선을 초월해 실용주의를 앞세워 1998년 총선에서 주장했던 제3의 길이 연상되는 발언이다. 그나마도 우파 정치인의 발언을 차용한 것이었다. 1차 투표 전인 지난달 15일 중도우파 공화당 후보 프랑수아 피용이 이미 “제3의 길”이라는 말을 했다고 리베라시옹 등은 지적했다. 피용은 당시 “물질만능주의와 맹목적 종교”를 갈라진 세계의 모습으로 들며 “프랑스적인 제3의 길”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르펜과 마찬가지로 피용도 “문화와 토론, 타협의 길”을 언급하며 “나는 진심으로 이 ‘프랑스적인 길’이 21세기 세계의 희망으로 남아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르펜은 빌팽트 연설에서 프랑스의 지정학적 위치와 프랑스어에 찬사를 보낸 피용의 발언도 그대로 따라 했다. 유튜브 등에는 두 사람이 같은 문장을 말하는 모습을 담은 90초짜리 동영상이 빠르게 확산됐다. 논란이 일자 르펜 측은 “적어도 후보가 당파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RTL방송은 피용 캠프에서 일했던 작가가 연설문 작성에 참여한 탓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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