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20년간 뉴스 진행 앵커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에 발탁
미국의 폭스뉴스는 확실한 색깔로 소비층을 잡는 데 성공한 ‘극우’ 매체다. 공정하지 못한 시각, 주요 방송 출연자들의 잇단 성추문이 자주 도마에 오르지만 견고한 시청률로 영향력을 뻗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충성도 높은 시청자 중 한 사람이다. 취임 후 첫 인터뷰를 폭스와 했고, 폭스에서 방송 중인 내용에 대해 트위터에서 수시로 맞장구를 친다.
트럼프가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자 출연하기도 했던 <폭스앤드프렌즈>의 앵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원이 됐다. 국무부는 2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폭스뉴스의 진행자였던 헤더 노어트(47·사진)를 대변인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20년간 폭스뉴스에서 일해온 노어트는 2012년부터 <폭스앤드프렌즈>도 진행해왔다. 지난달 트럼프는 오전에 방송된 이 프로그램의 주요 뉴스에 대해 실시간으로 트윗을 남겼다. 워싱턴포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바쁠 것 같은 대통령이 아침에 2시간 동안 가상의 대화를 마치고 공식 일정을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트럼트는 몇년간 폭스 아침 방송에 고정 출연하기도 했다.
폭스뉴스는 간판 앵커인 빌 오라일리가 지난주 성추문 파문으로 해고된 데 이어 또 다른 진행자 숀 해니티가 출연자를 성희롱한 것이 폭로돼 논란에 휩싸였다. 트럼프는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로 오라일리와 대담을 했고 그가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하자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해니티도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폭스는 구성원들의 잡음뿐 아니라 방송 자체도 논란이 돼왔다. 2003년 이라크전 때는 전쟁 상황을 중계하며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의 대테러전 ‘메가폰’ 역할을 했다. 선정적인 화면과 자극적인 보도 방식이 문제가 됐지만 오라일리 등이 진행했던 폭스뉴스는 최고 560만명이 시청해 CNN의 440만명을 크게 누르며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이를 ‘폭스효과’라 불렀다. “언론의 객관성에 대한 전통적 개념을 버리는 새로운 방송저널리즘”이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폭스의 공식’이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극명한 보수 색채의 자극적 상업언론인 폭스는 트럼프 행정부 들어 실세 언론으로 부상했다. 트럼프는 주류 언론들을 ‘가짜뉴스’라 비판하고 <폭스앤드프렌즈>에 대해서는 지난 2월 기자회견장에서 “매우 정직한 친구들”이라 치켜세웠다. 그러나 폭스뉴스 소유주인 루퍼트 머독과 트럼프의 두터운 친분은 권언유착 우려를 낳고 있다. 두 사람은 매주 한 번 이상 전화로 통화하면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머독이 폭스 채널을 통해 트럼프의 정책들을 지지하면서 경쟁사인 AT&T가 CNN 소유주인 타임워너를 인수하지 못하도록 손을 쓰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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