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가 관통 통로 만들어 종로~동대문, 종묘~남산 보행로 확보
ㆍ설계 공모 ‘현대적 토속’ 당선
ㆍ세운상가 건물 그대로 보존
ㆍ초록띠공원은 광장으로 조성
서울 현대화의 상징이었던 세운상가가 산업화 이전부터 있었던 옛 골목길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복원된다.
서울시는 16일 세운상가 설계 국제현상공모에서 현대적 토속(Modern Vernacular)을 주제로 한 이스케이프 건축사사무소의 제안을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서울 세운상가 재생을 위한 설계 국제공모에서 당선된 이_스케이프(김택빈, 장용순, 이상구) 건축사사무소의 ‘Modern Vernacular(현대적 토속)’. 세운상가 주변에 과거부터 형성된 골목길을 되살리는 설계다. 길이 상가로 단절되지 않도록 건물 내부에서도 길을 잇는다. | 서울시 제공
당선작은 종로3가와 퇴계로3가를 잇는 세운상가가 1968년 완성되기 전부터 이 일대에 형성됐던 골목의 흔적을 찾는데 초첨을 맞췄다. 조선시대부터 주거지와 상업지역, 큰길이 얽혀 종로 곳곳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던 실핏줄 같은 길을 다시 낸다. 특히 상가가 위치한 1㎞ 구간은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앞두고 골목과 집들을 없애고 소개도로를 만들었던 곳이다. 이번 설계는 1750년과 1912년, 세운상가가 들어서기 직전인 1959년 등 옛 지도를 근거로, 종로와 동대문사이 동서로 이어지는 골목 보행로를 복원하는 방식이 포함돼있다.
과거의 흔적은 되살리고 세운상가 역시 되도록 그대로 보존하는데, 옛 골목길 자리가 상가를 관통할 경우 상가 1층이나 2·3층에 보행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길이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식이다. 3층 높이에 있는 상가 내 보행데크에는 컨네이너 박스(플랫폼 셀)를 층별로 크기에 맞게 끼워넣어 지상과 연결한다. 이렇게 되면 종로 일대 부족한 종묘에서 남산 방향의 남북 보행로도 확보되는 셈이다. 특히 이 박스가 들어가 생기는 공간은 세운상가 안에 부족한 공공공간을 만드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운초록띠공원은 종묘에서 시작돼 횡단보도를 건너 세운상가 2층까지 완만한 경사로 이어지는 광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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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 재생을 위한 국제설계공모에서 당선된 ‘Modern Vernacular(현대적 토속)’의 근거가 된 종로의 옛 지도 | 서울시 제공
이번 공모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승효상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당선작은 근대적 유산인 세운상가 일대의 역사적 흔적을 추적해 길을 잇는 근거를 마련했다”며 “을지로 지하공간과 청계천, 종로가 연결된 서울의 보행길을 튼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제원 시 도시재생본부장은 “1000억원 이상이 들어갔던 초록띠공원이 도시광장의 성격이나 바로 앞 종묘와 관계가 불명확했는데 당선작은 종묘로 향하는 경사진 형태로 경배의 의미도 담은 광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운상가 공모는 상가의 독특한 역사적 배경과 건축 방식에 흥미를 가진 외국 건축가들의 참여도 많았다. 지난 2월부터 84일간 총 82개 작품이 제출됐는데 이 중 외국건축가 작품(44개)이 국내 건축가(38개)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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