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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람들

홀로코스트 생존자 110세 할머니 별세

by bomida 2014. 2. 24.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의 최고령 생존자 가운데 한 명인 피아니스트 알리스 헤르츠 좀머가 2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110세. 손자 아리엘 좀머는 “할머니가 오늘 아침 가족들 곁에서 평화롭게 돌아가셨다”며 “음악을 사랑하셨던 분”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헤르츠 좀머의 인생은 <백년의 지혜>라는 책으로 세상에 알려졌고, 38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 <레이디 인 넘버 6: 뮤직 세이브드 마이 라이프>(The Lady in Number 6: Music Saved My Life)로도 제작됐다. 이 작품은 다음달 열리는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있다. 감독 니컬러스 리드는 “전 세계 아이들은 슈퍼영웅을 마음속에 가지고 성장한다”며 “현실에서는 좀머와 같은 사람이 진짜 영웅이라는 것을 보여줄 영화”라고 말했다.


그는 1903년 11월26일 체코 프라하에서 상인인 아버지와 많은 작가들을 친구로 둔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5살 때 언니에게 피아노를 처음 배웠고, 부모가 운영하던 문화 살롱을 찾은 프란츠 카프카와 구스타프 말러 등 당대 최고 예술가들의 음악과 이야기를 들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레오폴드 좀머와 1931년 결혼해 1937년 아들 슈테판을 얻었으나 2년 후 나치 독일이 체코를 침공하면서 가족은 1943년 테레진 유대인 수용소에 수용됐다. 14만명이 보내진 이곳에서 3만3430명이 죽었고, 8만8000명은 아우슈비츠나 다른 수용소에 옮겨져 희생됐다. 그의 남편은 독일 뮌헨 인근 다하우 수용소로 보내져 1944년 발진티푸스로 사망했다. 어머니는 1942년 당시 일흔셋의 나이에 ‘죽음의 수용소’로 불린 폴란드 트레블링카로 이송돼 연락이 끊겼다.

헤르츠 좀머는 가족과 떨어진 아픔을 하루 8시간씩 쇼팽의 곡들을 연주하며 이겨냈다. 테레진 수용소는 음악 연주를 허용해 그는 유대인들을 위해 콘서트도 열었다. 공연도 자주 열렸는데, 아들 슈테판은 여섯 살 때 체코 작곡가 한스 크라사의 아동 오페라 <브룬디바르>에 참새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이 공연은 테레진 수용소의 대표 작품이 돼 55차례 이상 펼쳐졌다. 그와 아들은 1945년 수용소가 소련군에 의해 해방되면서 2만명이 채 되지 않은 유대인 생존자들과 풀려났다.

그는 이후 체코를 떠나 1986년까지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다 런던으로 이주했다. 전쟁 직후 라파엘로 개명한 아들은 첼리스트로 활동하다 2001년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