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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럽

머독의 ‘스카이’, 이번엔 ‘폭스 스캔들’에 발목잡히나

by bomida 2017. 9. 13.

시민단체 아바즈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의사당 앞에서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오른쪽)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를 풍자한 퍼포면스를 하며 머독이 소유한 21세기 폭스의 영국 방송 스카이 인수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런던|AFP연합뉴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7년째 시도 중인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의 지분 인수가 또다시 발목을 잡혔다. 머독 소유의 폭스에서 붉거진 잇딴 스캔들이 그의 장악력 확대를 경계하는 우려와 맞물려 결국 걸림돌이 된 형국이다.


 카렌 브래들리 영국 문화장관은 12일(현지시간) 하원에 출석해 머독이 소유한 ‘21세기 폭스사’가 스카이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방안이 영국 방송규정에 부합하는지 경쟁시장청으로 넘겨 추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스카이 지분 39%를 보유 중인 폭스는 나머지 61%를 117억파운드에 사들이겠다는 인수안을 제출했고, 영국 정부와 방송 규제기관 오프콤은 지난 4개월간 이를 검토해왔다. 브래들리 장관은 이날 언론 독점·다양성의 침해 가능성과 함께 “폭스의 회사 관리 방식의 취약함”을 언급하며 “이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동안 머독의 언론 장악력 확대 우려는 계속돼왔지만 폭스의 영국 내 방송규정 준수 여부가 부각된 적은 없다. 특히 오프콤은 폭스의 기업지배구조엔 우려를 밝혔지만 방송규정 위반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유럽연합의 반독점 당국도 이번 인수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인수를 위한 추가 조건도 제시하지 않은 채 추가 검토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폭스가 스카이를 장악할 경우, ‘더선’ ‘더타임스’ 등을 보유한 머독이 영국 언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BBC 다음으로 높아진다. 넷플릭스·아마존에 맞서 폭스가 더 많은 컨텐츠를 가지려면 유럽 내 22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스카이의 일부가 아닌 전체 통제권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고 머독은 2011년 미국 ‘뉴스코프’를 통해 이를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머독이 소유한 영국 타블로이드 ‘뉴스오브더월드’가 단독보도를 위해 2000년부터 6년간 정치인 등 600여명의 전화를 해킹한 도청 스캔들이 터졌다. 또 논란 과정에서 집권 보수당이 머독과 긴밀하게 접촉한 정황까지 폭로되면서 머독의 스카이 장악 시도는 영국 정치권을 흔들며 엄청난 반발에 휩싸여 무산됐다.


 이번 지분 인수의 새 장애물은 폭스 내부에서 일어난 잇단 성추행과 인종차별, 극우색깔의 편향 보도 같은 ‘폭스 스캔들’이다. 특히 오프콤은 폭스에 대해 지난 10년간 22건의 규정 위반 판결을 내렸는데, 이 중 폭스뉴스가 7건을 차지했다. 지난해에 그중 절반 이상이 발생했다. 이에 머독은 스카이를 통해 송출해오던 폭스뉴스를 지난달 시청률 부진 등을 이유로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가입자가 2000명밖에 되지 않는 점을 들었지만 스카이 인수를 위한 머독의 ‘큰 그림’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머독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 영국 내 ‘반머독’ 정서로 경쟁시장청이 향후 6개월간 추가 검토에 들어가면서 인수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톰 왓슨 영국 노동당 부대표는 브래들리 장관에 대해 “최근 정권들 중 머독이 원하는 것을 방해한 첫 장관”이라며 “진작 그런 결정이 나왔어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