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시, 연남동 구간 주민 의견 따라 레일 보존 등 다양성 살려
ㆍ공원 일대 토론장 등 활용… 예술인 위한 공간도 조성
ㆍ3월부터 2차 공사 들어가
서울 도심에 조성 중인 ‘경의선 숲길’의 운영을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설계단계부터 주민의견이 반영되면서 경의선 레일이 보전될 뿐 아니라 공원 일대가 공터·주민토론장·흙마당·공연장·텃밭 등으로 활용된다.
서울시는 28일 “경의선 폐선부지에 시민공원으로 조성 중인 ‘경의선 숲길’을 준공 이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경의선 숲길’ 조성 사업에 대해 설계단계부터 주민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설계가 바뀐 대표적인 곳은 홍대입구~홍제천 구간에 1㎞ 남짓한 숲길이 들어설 연남동 지역이다. 이곳 지역모임과 단체들은 설명회·공청회에서 나무만 심어져 있는 공원보다는 주민들이 활용 가능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시는 이런 의견을 받아들여 당초 ‘11자’로 단순하게 꾸미려던 공원 일부를 ‘S자’ 곡선형태로 바꿔 넓히고 이곳에 잔디마당과 상자텃밭, 모임을 위한 공터를 만들기로 했다.
홍대 안쪽을 지나는 서교~서강동 구간의 숲길에는 예술가들이 만든 ‘예상촌(藝商村)’ 문화가 펼쳐질 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와우교 밑 땡땡거리 주변 주민의 80%는 음악가·시인 등 예술인들이다. 이들은 기차가 멈춘 옛 선로에 대형 천막을 치고 공연활동을 해왔으며 벼룩시장도 열어왔다. 숲길이 생겨도 이 문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시는 주민들에게 공간을 내주기로 했다. 지역에서 활동 중인 예술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기차기·윷놀이·팽이돌리기 등 옛놀이를 하는 흙마당도 조성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2009년부터 6.3㎞ 구간의 경의선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전개해 왔지만 도심 한복판에 폭이 최소 10m에서 최대 60m까지 흙밭이 생기자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대학생 등으로 구성된 ‘경의선 숲길지기’는 이런 주민 의견을 서울시 측에 전했다.
마포 대흥동 760m 구간은 2012년 공사가 끝나 공원이 됐지만 옛 철길의 역사를 남겨달라는 요청도 많아 곳곳에 경의선 레일과 침목 일부를 그대로 놓고, 시민들이 공원의 유래를 알 수 있도록 설명판을 설치하고 있다. 지하철 역사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이용한 물길도 조성한다. 일제강점기 마포 범람을 막기 위해 물길을 돌려 지금의 염리동 지역에 만들었던 선통물천(先通物川)이나 홍제천을 별도 동력장치 없이 흘려보낼 계획이다.
서울시는 내년 2월 새 계획을 완성해 3월부터 2차 숲길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울시 푸른도시국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구간은 조성단계부터 주민의견을 최대한 반영했고, 향후 운영·관리도 자연스럽게 시민들이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경의선 숲길사업 2005년 지하화에 들어간 경의선 지상구간인 용산문화센터~마포구 가좌역(홍제천) 6.3㎞를 공원으로 바꾸는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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