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사람들

교황 프란치스코와 오바마 역사적 첫 만남… ‘세계의 불평등·인신매매’ 예정보다 긴 회담

by bomida 2014. 3. 27.

교황 프란치스코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졌다. 두 사람은 세계의 불평등과 인신매매 등의 문제에 생각을 나눴다.

 

유럽국가들을 순방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오전 교황청에 도착해 교황 관저인 아포스톨릭궁 내 바티칸 도서관에서 교황과 처음 대면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한 오바마는 교황과 악수를 나누면서 “이곳에 오게 돼 영광이며, 매우 존경하는 분이다. 맞이해 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27일 교황청을 방문해 교황 프란치스코(오른쪽에서 두번째)를 처음으로 만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교황의 첫 권고문인 <복음의 기쁨>을 선물받고 밝게 웃고 있다. 오바마는 “매우 존경하는 분”이라고 인사했다. 바티칸시티 _ AP연합뉴스


두 사람은 작은 탁자를 사이에 둔 채 마주보고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교황청이 반대하는 동성결혼 합법화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오바마의 역점 사업인 보건의료개혁법안(오바마케어)에 피임 비용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하면서 가톨릭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피임, 낙태 등이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백악관은 이날 주요 주제가 부자와 가난한 이들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 문제와 환경과 이민개혁, 중동 평화 등이 었다고 밝혔다고 AFP 등이 전했다. 교황과 오바마는 인신매매를 근절하는데 힘을 합치기로 했다.

 

당초 30분으로 예정됐던 회담은 52분간 이어졌다. 교황은 이날 오바마에게 지난해 발표한 첫 권고문 ‘복음의 기쁨’을 책으로 만들어 선물했다. 권고문에는 빈자를 배제한 세계 경제시스템을 비판한 내용이 담겨있다. 오바마는 “아마 집무실에서 심히 낙담했을 때 읽을 것 같은데, 힘이 되고 마음도 진정시켜 줄 것 같다”고 하자 교황은 “그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오바마는 교황이 관저 정원을 올여름부터 일반 사람들에게 개방하겠다고 밝힌 데 따라 백악관 정원에서 가져온 채소 등의 씨앗을 상자에 담아 선물했다.

 

이번 만남은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오바마의 정치적 관점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미국인 70%의 지지를 받는 교황의 인기에 힘입어 경제위기 등 대통령의 아젠다를 도덕적으로 확인받고 싶어하는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와 한 사전 인터뷰에서 “교황의 말은 거대한 무게를 갖는다”며 “나를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영감을 준다. 모든 현안에 같은 의견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