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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말레이시아항공 실종기, 항로 고의 이탈”… 납치에 무게

by bomida 2014. 3. 16.

ㆍ말레이시아 총리 밝혀… 기장·부기장 자택 수색

ㆍ통신 두절 후 7시간 더 비행… 당국 은폐 의혹도

말레이시아 정부가 사라진 여객기가 사실상 납치됐다고 결론을 내림에 따라 여객기 실종 사건은 발생 일주일 만에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기장과 부기장, 승무원은 물론 탑승객과 실종기 관련 엔지니어 등을 상대로 단서를 찾고 있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여객기의 움직임은 비행기에 탄 누군가에 의한 고의적 행동으로 보인다”며 “당국의 조사는 승무원과 탑승객에게 다시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고 더스타가 보도했다. 라작 총리는 기장 등이 연루됐는지, 납치로 단정한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고 “항로 이탈 원인에 모든 가능성을 열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희망의 메시지들 한 시민이 16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인근 페탈링자야의 쇼핑몰에 마련된 실종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탑승객들에게 남기는 메모판에 글을 쓰고 있다. 페탈링자야 | AP연합뉴스


말레이시아 교통부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이 전날 실종 여객기의 기장과 부기장의 자택을 수색했으며, 한 집에서 나온 모의비행장치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장 자하리 아흐마드 샤는 1981년 말레이시아항공에 입사해 지금까지 1만8000시간 이상을 운항했다. 부기장 파리크 압둘 하미드는 2007년 입사해 약 3000시간을 비행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두 사람이 야권 3당이 뭉친 ‘국민연합’을 이끈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의 지지자로, 실종 전날 이브라힘이 항소법원에서 동성애 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은 것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보도했으나 이브라힘이 소속된 국민정의당 파드 파드질 대변인은 “선정적 타블로이드가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실종 여객기는 관제 레이더에서 사라지기 전 정상 운항고도를 벗어난 4만5000피트까지 치솟았다가 2만3000피트로 급강한 것이 말레이시아 군사 레이더에 포착돼 납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갑자기 방향을 바꾸고 큰 고도 변화를 겪은 후에도 장시간 안정적인 비행을 한 점에 비춰 잘 훈련받은 인물이 실종에 연루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정부 관계자는 “(납치는) 가설이 아니고 확정적”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또 여객기가 실종된 지난 8일 오전 8시11분 인도양 상공에 떠 있는 통신위성과 마지막으로 교신한 것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지상관제탑과 통신이 끊겨 레이더에서 사라진 오전 1시30분 이후 7시간 가까이를 더 비행했다는 것이다. 이는 예정대로 운항했다면 중국 베이징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당국은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영공 사이에서 마지막 교신을 한 뒤 누군가 일부러 무선응답 시스템을 끄고 예정 항로에서 벗어나 서쪽으로 향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새로 공개된 마지막 통신위성 신호로 여객기의 정확한 위치, 방향은 파악할 수 없지만 당시 연료 등을 바탕으로 두 가지 가설을 추정할 수 있다. 만약 북쪽으로 향했다면 미얀마, 파키스탄, 인도와 미 공군기지가 있는 아프가니스탄으로 갈 수 있지만 레이더에 감지된 바가 없어 가능성이 낮다. 남쪽이면 인도네시아 쪽으로 방향을 잡아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인도양 남부 해역으로 진행했을 수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여객기가 인도양을 향해 남쪽으로 방향을 바꿨고, 연료가 떨어져 바다로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CNN에 말했다.

여객기 실종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이 일주일이 지난 뒤 발표되자 말레이시아 당국의 사건 은폐 의혹도 나온다.

미국 당국은 “말레이시아가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수사와 관련한 추가 지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비난했고, 중국 외교부 역시 조사에 필요한 추가 정보를 요청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적절한 시기에 정보를 내놓지 않아 많은 노력이 허사가 됐다”며 “수많은 루머를 낳고, 기다리는 가족들의 심정을 괴롭게 하고 있다”고 사설을 통해 밝혔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에 대해 “지금은 재난 상황이지 테러에 대한 수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