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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중동과 아프리카

‘내전 슬픔’ 시리아 꼬마, 피에로 덕에 웃음

by bomida 2013. 12. 2.

ㆍ난민 220만명 절반이 어린이… 노동 착취·정서적 상처 우려


아이들의 눈망울이 빨갛고 긴 피노키오 코를 단 광대 아저씨를 따라 움직인다. 공과 병을 던져 저글링을 하고, 널빤지 밑에 통을 깔고 올라가 균형잡기에 성공하자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친다. 춤을 추는 광대를 잡으려 장난을 치는 아이는 웃음보가 터졌다. 요르단 자타리 난민촌의 아이들에게 보기 힘든 활기가 돈다.

시리아 국경에서 16㎞ 떨어진 자타리 난민촌에는 10만명 이상이 피란을 와 있다. 4만명 가까이는 열여섯 살이 안된 아이들이다. 요르단은 물론 인접국 난민촌을 통틀어 가장 많은 시리아인들이 살고 있는 이곳에 지난 1일(현지시간) 유럽의 코미디언 5명이 찾아와 한 시간 남짓 공연을 했다. 유엔난민기구와 요르단 정부가 준비한 이날 행사에는 60여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1년 전 부모, 여섯 남매들과 자타리로 온 열 살 소녀 라나 지아드는 “태어나서 가장 재밌었다. 정말 재밌고 좋다”고 했고, 열두 살 소년 무함마드 자이단은 “한 시간 동안 우리의 고통을 잠깐 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연에 참가한 모이제스 케랄트는 “우리 목적은 전쟁으로 고통받는 난민 아이들에게 웃음을 되찾아주는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요르단 자타리 난민촌에서 1일 열린 공연에 참석한 시리아 아이들이 분장을 한 광대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마프라크|AP연합뉴스


3년째 내전이 이어지면서 시리아 국민 220만명이 피란길에 올라 요르단과 레바논, 터키, 이라크 등의 난민수용소에 있다. 절반인 110만명이 어린이다. 유엔난민기구는 이 가운데 75%가 12세 이하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부모나 보호자를 잃고 생활하는 어린이는 3700명이나 된다. 시리아 난민 어린이 가운데 30만명은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난민기구는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가족의 생계를 도맡게 돼 위험한 노동을 하며 착취를 당할 우려도 커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자타리 난민촌 안에 형성된 시장의 680개 가게들은 대부분 어린이들을 고용하고 있다.

내전은 아이들에게 정서적 상처도 남겼다. 난민기구는 집단토론에 참가한 난민촌 아동 가운데 많은 경우가 분노의 감정을 가지고 시리아로 돌아가 “전쟁에 참가하겠다”는 의견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현실에 대한 불안감도 커 아이 10명 가운데 3명은 일주일에 한번씩 난민촌 밖으로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킬리안 클라인슈미트 자타리 난민촌 소장은 “난민촌의 위기는 아이들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며 “전통적인 사회공동체 가치는 사라지고 관계를 맺는 법도 잃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