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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이슈/서울이야기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찰스 몽고메리 인터뷰

by bomida 2015. 11. 17.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캐나다 언론인이자 도시전문가인 찰스 몽고메리는 2013년 출간한 저서 <Happy City>를 통해 도시민들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 책은 도시설계를 바꿔 인간이 살기 좋은 조건을 갖추려는 전 세계 실험들을 담고 있죠. 우리나라에는 지난해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라는 제목으로 번역이 됐고요. 행복해지고 싶었던 도시인들의 답일까요, 2013년 출간 이후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됐죠.



이 책은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말부터 기획 시리즈 <도전하는 도시> 취재를 하면서 읽었는데, 사례로 꽉 차 있어서 참 재미있었던 기억입니다. 책에 소개됐던 네덜란드 하우턴을 갔다왔었다고 얘기했더니 어땠냐고 하더라고요. 철학에 놀랬고 도시계획으로 실현된 모습에도 충격을 받았다고 했더니, 도시는 그렇게 바뀔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우턴은 훌륭하긴 하지만 좀 재미없지 않느냐(boring)고 물어봐서 격하게 공감도 했고요.




몽고메리를 만난 것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이었습니다. 서울시 사회혁신 컨퍼런스에 초청돼 전날 입국했는데 한국은 처음 온 것이라고 하네요. 



저자를 만났으니 책에 사인도 받고요. 사진도 찍었지만 소장만 하는 걸로. 국내에서 번역된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는 얼마전 출판사가 망하는 바람에 절판돼 이제 구할 수가 없습니다. 아타깝네요.


개인적으로 '서울' 하면, 도로를 없애 물길을 만든 청계천이 가장 궁금했었다고 합니다. 묵고 있는 호텔에서 바라 본 서울광장은 '걷기 좋은 도시'를 표방하는 서울의 상징이라고 하기에 모순이 있다고도 지적 했고요. 서울의 첫인상을 묻자 "LED 네온사인 같이 어딜가나 아름다운 불빛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하네요. 청계천 인근을 잠시 같이 걸었는데 다동의 밤길도 너무 예쁘다고 감탄했는데, 같은 곳도 일터이냐, 여행지냐의 온도차가 엄청났습니다.


몽고메리와 한 시간 남짓 이어진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한국은 처음이라고 들었다. 첫인상은?


"밤길은 어디서든 아름다운 불빛을 볼 수 있어 좋은, LED로 만든 네온사인 같은 도시같습니다. 청계천이 가장 보고 싶었는데, 도로(freeway)를 사람들을 위한 자연의 공간으로 바꾼 것이 인상적이었죠. 이 길을 다니던 차들은 마술처럼 사라졌죠. 찻길을 없애면, 차들은 없어집니다. 서울은 이것을 입증했어요. 많은 도시에서 교통혼잡을 해결하려고 도로를 늘렸지만, 결국 도움이 안 된다는 배웠죠. 서울도 경험으로 그것을 알고 있을 거에요. 또 대중교통도 교통체증을 없애는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체증을 줄이는 방법은 딱 하나에요. 도로이용세(road space)를 물리는거죠. 교통혼잡부담금(혼잡세·congestion charging)을 자동차에 물리는거에요.


-서울은 그래도 아직 차가 우선권을 가지고 있다.


시청사 앞 서울광장을 보면 알 수 있어요. 도로에 둘러싸여 섬처럼 고립된 광장에 가려면 10차선 대로 위를 건너야 해요. 광장의 어느 부분도 주변 인도와 바로 맞닿아 있지 않아 보행자들은 횡단보도를 지나야만 닿을 수 있다. 서울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인 시청 앞 광장이 ‘보행자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노인과 아이에 대한 배려도 없죠. 건너다가 차에 치일 수도 있잖아요. 광장이 도로에 둘러싸여 있는 것은 도시를 위한 공간구조(urban structure)가 아닙니다. 도시 외곽에서나 볼 수 있는 고속도로(freeway)죠.” 


-서울광장이 과거 차만 지나다니던 교차로였다


알고 있어요. 걷기 편하게 지금보다 광장이 주변 인도쪽으로 확장되고, 주변 인도도 광장쪽으로 넓히는 방향으로 더 바뀌어야 합니다. 인근 보행로와 광장간 간격을 좁여서 접근하기 쉽도록 해요. 이런 모순은 버스정류장에서도 봤어요. 시청 인근 가로변 버스정류장에서 접근한 버스가 앞에 정차한 자동차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더라고요. 한 명이 탄 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왜 기다려야하나요. 제 눈엔 정말 비민주적이에요. 공정하지 못하고 비효율적이죠. 이런 구조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자가운전자보다 도시에서) 더 좁은 공간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서울은 세계적으로도 선진적 대중교통체계를 갖췄지만 이런 점은 아이러니죠.” 


-서울에서는 무단횡단이 실제 불법이기도 하지만, 뉴욕이나 런던처럼 차가 오지 않을 때 길을 건너는 것도 굉장히 위험하다. 운전자들이 도로에 내려온 사람들에 대한 관용도가 낮다고 할까. 또 아직 차가 사회적 지위나 부의 상징이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도 있다.


80년 전 자동차 업계에서 길을 걸어서 건너는 행위를 조롱하려고 만든 무단횡단(jaywalking)이라는 말이 자동차 중심의 문화를 만들었던 것처럼 도시공간은 생각을 달리하면 바꿀 수 있어요. 탈 것의 사회적 지위를 말했는데 이는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소위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발전한 도시들을 보면 차들이 사라지고 있어요. 그런 도시들은 자전거의 지위가 올라가 있죠. 내가 사는 캐나다에서는 자랑을 하고 싶을 때 ‘난 차가 없어. 자전거 타고 다녀’라고 해요. ‘내가 차가 없으니 너보다 낫다’는 거죠. 서울도 시간이 필요할 거에요.


-도심과 외곽 주택가(suburb)간 교통량이 엄청난 미국 대도시 로스앤젤레스도 비전제로(Vision Zero)를 선포했더라고요.


“비전제로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0명으로 줄이는게 목표입니다. 그 목표도 중요한데 길을 더 안전하게 만들려고 하는 움직임 자체가 사회적인 변혁이기도 해요. 스웨덴 스톡홀롬, 미국 뉴욕의 경험을 보면 길이 안전을 위해서는 우선 사회적 연계(social life)가 더 강해져야 하죠. 교통량이 많은 도로에서 길에서 서 있거나 길 위에서 이야기할 수 없어요. 그래서 이런 곳에서는 이웃을 만들 수 없죠. 차량이 없어야 사람들이 길을 건너고 오고가다 사람들을 만나요. 이 부분이 서울에서 가장 중요할 겁니다. 한국 사람들의 행복도는 굉장히 낮아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에요. 사회적 신뢰도도 낮습니다.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죠.(한국은 2015년 기준으로 OECD 36개국 중 삶의 만족도는 29위, 친구·이웃 등 사회적 연계는 36위로 꼴찌다) 사람들이 걸어다닐 수 있는 곳을 늘려 접촉점을 확보하는 것 역시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 행복도를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거에요.


“내가 인식하는 서울은 도시혁신(urban innovation)의 리더’다




-어떤 의미인가.


“도시공간을 사람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도시에요. 그런데 이런 움직임이 도심이나 중요도가 큰 공간(high status space)을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어요. 내 한국친구가 하는 말이 자기는 외곽에 살면서 도심으로 출퇴근 한다고 하던데 정말 시간이 오래걸리는 끔찍한 환경인거 같습니다. 보행권에 대한 논의도 도심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도시 외곽(거주지) 보행도 신경써야해요.


(자동차가 원활하게 달릴 수 있는 도로에서는 운전자들이 더 속도를 낸다. 그 결과 인구밀도가 낮은 교외지역 거리에서 자동차에 치여 죽는 보행자 수가 좁은 도심에서 죽는 보행자 수보다 네 배나 많다.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159쪽)


-서울의 차량 보유율은 높지만 통근시간에 차를 가지고 나오지 못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교통체증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그런 구조가 불합리 하다고 봅니다. 차를 다 가지고 있는데 그중 극소수만 아침에 일어나서 차를 선택할 수 있죠. 대부분은 대중교통을 타거나 걸어야 해요. 자차, 대중교통, 걷는 경우를 비교해 보자고요. 이 같은 구조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거나 걸어다니는 사람은 차를 타고 다니니는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주고 있는 거에요. 단순한 차원에서는 도로를 깔고 차가 다닐 수 있도록 유지하는 필요한 시설은 엄청나게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죠. 또 숨겨진 비용도 있어요. 의료비죠. 운전자는 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보행자를 치기도 하는데다다 걷지도 않아서 건강이 좋지 않아요. 자동차 이용자보다 대중교통 이용자가 3~5년 더 산다니까요.


-민달팽이 유니온에서 만든 달팽이집(청년 쉐어하우스)를 다녀왔다고 들었다.


서울의 행복에 대해 대시 얘기하보면 여긴 사회적 관계 형성이 적은 곳입니다. 경쟁과 불안(Status Anxiety) 불안이 불행을 가지고 오죠. 스스로 지위가 낮다고 느끼면 뇌와 몸이 더 힘들어져요. 상향을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지위 불안을 극복하는 가장 큰 방법은 친구를 만드는 것이에요. 젊은 이들이 같이 사는 것은 주거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첫번째고 여기에 더 큰 효과도 있어요. 풍부한 경험을 갖는 것이죠. 자유로움을 더 느끼고 추진력을 갖는거에요. 왜냐, 강한 사회적 지지(strong social support)를 같이 사는 사람들로부터 받기 때문입니다. 쉐어하우스 안에서 서로 신뢰하고 지지해 줄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