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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이슈/서울이야기

[라운드업]2015 젠트리피케이션

by bomida 2015. 12. 24.

 


 서울에서 이른바 ‘떴다’고 소문난 동네는 모두 겪는 젠트리피케이션은 풀 수 없는 문제일까. 원주민 상인들이 비싼 임대료 때문에 터를 잃는 이 현상을 두고 각계가 머리를 맞댔다.

 서울대 산하 SSK 동아시아 도시연구단은 서울연구원과 SH공사, 충남연구원, 토지+자유연구소, 한국도시연구소, 한국공간환경학회 등과 공동으로 23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삼익홀에서 제1회 도시정책포럼을 열고 이같은 주제를 다뤘다. 


 이 자리에는 신현방 런던정경대(LSE) 지리환경학과 교수와 조성찬 토지·자유연구소 박사, 임준홍 충남연구원 박사, 라도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원,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등 연구자들과 정원오 성동구청장, 임영희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사무국장도 함께 했다.


 올 한 해, 가장 많은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던 도시공간을 둘러싼 이 문제에 대한 2시간 남짓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맘상모(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참여연대 등 상인·시민단체와 정당 관계자들이 지난 9일 서울 내자동 ‘통영생선구이’ 앞에서 ‘서촌, 강제집행 위기 재개업식’을 진행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신현방 교수

 “1980년대 이후 철거를 통한 한국의 재개발 정책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역사였다. 지금은 상가에 대한 논의가 부각되고 있지만 이미 주거 차원에서는 수십년간 서울에서 일어났던 문제다. 주택은 그동안 사용가치뿐 아니라 투자·재산가치이기도 했기 때문에 이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할 때 이데올로기의 장벽이 존재했다. 중산층이 주도했다고 하나, 최근 도시정책은 국가·지자체가 주도한다. 물론 기업도 그렇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주거지의 현상이 산업지로 확대됐다. 현 시점에서 거주 차원의 젠트리는 재입주·재이주에 성공했어도 기존 살았던 공간과 네트워크가 깨지면서 고립·소외돼 주인의식을 잃고 영위할 사회적 자본을 잃는데 대한 대안적 정책이 필요하다.”


 조성찬 박사

 “저성장 시대엔 건물 거래보다 임대에서 젠트리가 확대 재생산돼 상인·세입자의 피해가 크다. 특히 건물주가 가격에 둔감하더라도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이 재계약 기간에 임대료 값을 인상하는 전략을 쓰는데 따른 영향이 커, 이들의 대안적 역할을 만든게 문제해결의 핵심이다.”


 임준홍 충남연구원

 “중소도시의 쇄퇴는 택지개발로 인한 상주인구 유출, 터미널이나 청사 이전 등 지방정부가 스스로 한 행위가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책실패에 가까운 것이다. 도심주거연구를 보면 지역 활성화를 부르는 젠트리는 좋은 의미였다. 서울이나 전주 등 국내 몇개 도시를 제외하고는 이 같은 현상은 많지 않다. (젠트리피케이션 진행)속도의 문제이다.”


 신현방 교수

 “지방의 젠트리는 가히 나쁜게 아니다. 속도의 문제라고 하셨다. 그러나 원주민 축줄, 개발이익 사유화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을 보기보다 도시재생 측면으로 봐야하지 않나 싶다. 지대 상승과 건물값 상승분을 소유주만 가져갔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고 공동체 전체 피해로 온 것이다. 불로소득 계층이 해결하지 않으면 젠트리 문제는 없어지지 않는다.”


 라도삼 선임연구위원

 “인사동과 대학로를 보면 신규 복합상가가 이미 6개가 들어섰다. 하나투어는 인사동에 면세점을 신규 출점한다. 대학로는 300석 이상 공연장이 크게 증가했다. (10년 전 문화지구였던) 인사동은 빠른 속도에서 정부 관리망에서 빠져나가 자본의 관리로 들어가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

 “지역 자산화를 추진할 것이다. 뚝섬지구단위계획구역 내 특별계획구역에 호텔이 신축되는데 용적률이 45% 이상 늘어나는데 따른 공공기여로 장기안심상가 확보할 것이다. 건물 또는 토지로 합의를 해서 내년 7, 8월이면 장기안심상가(구가 소유한 상가를 상인에게 적정임대료로 장기간 임대)를 성수동 인근에 마련할거다. 연말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결과가 나와봐야하지만 150억원 정도 자금이 가능하다고 본다. 구청·군청 단위에서는 안심상가를 만들면 재원이 없다. 도시계획밖에 길이 없는데 이같은 방식이 지역자산화에 큰 역할 할 수 있다.”


 김경민 교수

 “현상이 일어나는 지역의 약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판단해야 한다. 서촌의 경우 맹아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가장 약자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외워서)걸어다니는 거리가 있는데 그부분이 영향을 받게 됐지만 이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쫓겨나는 상인들 중에는 쿨하게 떠날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이들은 그럴 수가 없다. 1960년대 유럽과 미국은 도시가 완전히 쇄락한 뒤 젠트리가 일어났다. 그러나 서울은 아니다. 서촌도, 성수동도, 가로수길도 부유하지 않을뿐 각자의 생태계가 있는 건강한 동네에 급작스러운 상업화가 이뤄진 것이다. 중산층에 가까웠던 동네에서 일어난 변화로 (주민·원주민 상인이) 쫓겨난 것이라 심각한 문제다. 보호할 약자가 누구인지, 지역 커뮤니티에 이익을 주는 주체인지 봐야한다. 성수동처럼 예술인들이 현상을 부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 역시 지역의 약자다.”


 “주거지에서 일어나는 젠트리의 경우 미국식 바우처 도입할 수 있다. 우리 바우처는 중위소득 이하에 일정액을 주는 식인데, 미국도 지역 내 중위소득 이하에게 주는 것은 같다. 차이점은 소득 100만원에 30%가 주거비용이라고 계산해 금액을 산정할 때 주거비 평균이 50만원이면 20만원을 주고, 집값이 70만원으로 급증하면 40만원을 줘서 그 곳에 계속 살수 있도록 한다. 재정부담은 따를 수 있지만 필요한 시점이다.”


 신현방 교수

 “도시권, 사회적 정의라고도 말하는데 이것은 누구인 것인가. 예술가와 맹아학교 둘 사이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 같은 약자이기 때문에 승자와 약자 구분할 수는 없지만 누굴 더 보호할 것인가는 피해야할 질문인 것 같다. 오히려 같이 활동을 해야한다. 예술가가 사회적인 인식을 가지고 지역과 연대를 하는 것이다. 젠트리 피해는 예술가, 상인, 세입자, 청년뿐아니라 모두의 문제이고 운명공동체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임영희 맘사모 사무국장

 “임차상인들을 사회에서 권리를 가진 사람으로 보는가. 건물주가 월세를 올려달라는 원인 1위는 ‘장사가 잘되서’이다. 보증금 올리는 1위는 ‘우리 딸이 이번에 시집을 가서’다.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 임차인의 권리는 철저히 부정당했다. 참정권 등 지금은 당연한 권리들처럼 임차인 권리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하고, 그러면 젠트리는 사라질 것이다. 상인을 쫓아내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돼야한다. 우리동네의 가게가 그냥 사라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 것이다. 서울시의 임차인 보호 대책은 고무적이다. 단, 대출받아 건물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회의적이다. 임대·임차인간 상생협상도 핵심이던데 서촌 통인동 밑 금천교시장은 협약식을 했지만 지금도 그 골목서 쫓겨나는 가게가 수두룩이다.”


 라도삼 선임연구위원

 “도시재생과 젠트리를 맞물려 이야기하지만 재생으로 젠트리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재생지는 가장 취약한 곳이기 때문이다. 지역분화가 시작된 지역, 핫(Hot) 플레이스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방법은) 지구단위계획밖에 없다. 서촌에 건물주 임대료 협약이 있었지만 이미 인사동에서도 12개 건물을 묶어 비슷한 논의를 과거에 했었다. 쌈지길을 만들어 냈다. 지구단위특별계획을 적용한 것이었지만 그것이 인사동 지켰나. 행정은 의지가 있으면 추진되지만 한계가 있다. 행정의 의지를 부르는 것은 지역주민들의 단합이다. 그래야 행정도 버텨낼 수 있다. 끊임없는 커뮤니티 성찰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생을 해도) 원래대로 돌아온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어떻게 혁신적으로 만드는지가 시장재생의 관건이듯, 도시재생은 커뮤니티가 관건이다. 재생·커뮤니티·젠트리피케이션의 팽팽한 삼각구조가 만들어진다.”


 정원오 성동구청장

 “지자체에서 만든 상인 보호 조레에 법적분쟁이 들어오는 것이 젠트리 문제를 푸는 가장 빠른 방법일 수도 있다. 룸싸롱이나 프랜차이즈가 들어오는 것을 지역의 주민공동체가 반대해 이에 대한 건축 등을 구청장이 불허했을 때 행정소송이나 소송이 들어온다고 하자. 공동체를 파괴하는 행위를 구에서 허가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논쟁이 붙을 것이고 대기업이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논란도 재판과정에서 불붙게 될 것이다. 법적판단을 받아볼 수도 있다. 주민들에 의한 자산화 전략이 항구적인 해결책으로 보이지만 일본·유럽과 달리 한국은 이같은 문화가 아직 없어서 지자체라도 지역자산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내년 기부채납을 통해 자산화를 통한 상권 안정 모델을 만들면 가치가 형성될 것이고, 그러면 문화도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