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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중동과 아프리카

[시리아 내전 3년, 끝이 안 보이는 분쟁]“난민 아닌 고통 받는 이웃… 태권도로 전쟁 극복 정신 가르쳐”

by bomida 2014. 3. 13.

ㆍ구호단체 기아대책 기아봉사단 이철수씨


요르단 자타리 난민촌에서 활동하는 각국 구호기구들은 학교를 세우고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이들의 배움이 단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의 태권도도 방과후 프로그램(아카데미) 중 하나다. 구호단체 기아대책의 이철수씨(55·사진)가 이끄는 봉사단은 지난해 4월부터 ‘자타리 한국 태권도 아카데미’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를 포함해 한국인 교관 5명과 난민촌에서 교육을 받은 현지 교관 8명이 꾸려가고 있다.

이씨의 하루는 아침 9시에 남학생들의 태권도 연습을 돕는 것으로 시작된다. 1년이 조금 안되는 기간에 280명이 태권도를 배웠다. 점심은 주민들과 난민촌 안에서 같이 먹고 오후에는 태권도 겨루기를 하거나 시범단 훈련을 한다. 태권도 지도자반을 만들어, 재능을 보이는 청소년을 뽑아 따로 가르치기도 한다. 태권도를 처음 배우는 어린이들이 오면 지도자반 학생들이 가르친다. 초심자들을 가르치는 어린 스태프인 셈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주선하는 교육프로그램이 많지만 태권도 인기는 아주 높은 편이죠.”


▲ 한국인 5명 1년 전부터 교육
전쟁 겪고 난폭해진 아이들
태권도 배우며 심리적 안정


난민촌에는 교실뿐 아니라 도로와 건물이 계속 들어서고 있다. 난민 사태가 길어질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나도 10년간은 시리아로 돌아가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모든 것이 파괴됐고 가진 돈도 없기 때문이죠. 불투명한 미래가 이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일인 듯싶어요. 무작정 고향 갈 날을 기다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는 이곳 사람들을 난민으로만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한다. “고통을 당한 우리의 이웃일 뿐이에요. 한국도 전쟁을 딛고 일어난 경험이 있잖아요. 그 노하우를 전해주고 싶고, 이겨낼 수 있다는 정신도 전하고 싶어요. 이곳 아이들은 전쟁을 겪다보니 다소 사납고 무질서한 면이 있죠. 처음에는 교육이 안될 정도였어요.” 이씨는 하이삼(13)이라는 아이의 이야기를 전했다. 동네 친구들에게 돌을 던지는 등 난폭한 행동을 많이 하던 아이였다고 한다. 그러던 소년이 태권도 교실에 와서 도복을 입고 품새를 익히며 질서를 배워나갔다. 처음엔 어색하고 힘들어했지만 아이는 점점 안정을 찾았다.


요르단 자타리 난민촌에 있는 ‘자타리 한국 태권도 아카데미’에서 시리아 아이들이 도복을 입고 시범을 보이고 있다. | 기아대책 제공


국제한의사면허증을 가진 이씨는 의료시설이 부족한 난민촌에서 진맥도 하고 있다. 찾아오는 사람이 하루에 20~30명, 지금까지 500명이 넘는 이들을 돌봤다. “양호실을 만들어 한방치료도 해주고 싶어요. 난민촌에 들어오면 한 달 식비·생활비로 4만원이 나오고 하루에 한 사람당 빵이 3개씩 지급돼요. 사정이 열악하다 보니 기쁠 일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태권도를 배운 아이가 가족들 앞이나 집에 온 손님들에게 시범을 보이면 웃을 일이 생긴다고 해요. 동생들에게 배운 것을 가르쳐 주면서 놀거리도 생기죠. 상처가 많은 아이들을 계속 격려해주고 있어요. 태권도를 통해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존경을 표시하는 법을 익히는 것을 보면 자부심도 생깁니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