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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중동과 아프리카

[시리아 내전 3년, 끝이 안 보이는 분쟁]총탄 피해 왔지만… 차별·빈곤과 또 전쟁

by bomida 2014. 3. 13.

ㆍ(2) 세계 최대 난민촌 요르단 자타리 캠프 실상

ㆍ로저 헌 세이브더칠드런 중동 책임자 인터뷰

시리아 내전 3년간 사람들은 총탄을 피해 필사적으로 국경을 넘었다. 끝없는 피란 행렬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내전이 해를 거듭하면서 시리아 사태는 국제기구들이 “르완다 내전 이래 20년 만에 최악의 인도적 위기”라 부르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관리하는 난민촌들에 들어가고자 대기하는 인원만 5만명이 넘는다. 레바논과 요르단, 터키, 이라크, 이집트와 북아프리카에까지 난민들의 거주지가 생겼으며 그중에는 도시라 해도 될 만큼 규모가 커진 곳도 있다. 시리아인들은 이런 곳에 천막이나 이동식주택(카라반)을 구해 집을 삼고, 국제구호단체들의 지원에 의지해 살아간다.


요르단 자타리의 시리아인 난민촌에서 지난 1월 한 남성이 아이를 안고 걸어가고 있다. 내전이 터진 후 3년간 60만명 가까운 시리아 사람들이 요르단 난민촌으로 넘어왔으며, 이 중 12만명이 자타리에서 살고 있다. 자타리 | AP연합뉴스


▲ 중동 각국 250만명 떠돌아 “20년간 최악 인도적 위기”
난민·주변국가 모두 경제난… 아이들은 정신적 충격 고통
계속될 전쟁만큼 무서운 건 난민 아이들이 잊혀지는 것


로저 헌

요르단 수도 암만 북쪽에 위치한 자타리는 12만명의 시리아 사람들이 모인 최대 난민촌이다. 국제아동구호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의 로저 헌 중동지역 총책임자(사진) 역시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중동에 250만명의 시리아 난민들이 있다. 난민촌에 사는 이들과 국제기구에 등록하지 않은 비공식 난민들까지 합치면 요르단에는 100만명이 넘는 시리아 난민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레바논의 경우 인구의 4분의 1에 이르는 난민이 밀려들었다”며 “엄청난 숫자”라고 전했다.

총탄을 피해 난민촌으로 왔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전쟁의 아픔을 겪고 있다. 그는 “일주일 전에 암만에서 어린 시리아 소녀들을 만났다. 한 아이가 4개월간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리아에서 보고 겪은 장면들이 마음에 상처가 된 것이다”고 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살았던 마을 이야기를 많이 한다. 집과 모든 것이 파괴돼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곳에서 살았던 경험은 큰 트라우마를 남긴다. 그는 “정말 끔찍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아이들이 썩어가는 시신을 넘어 길을 가야 할 일도 생긴다. 그 충격은 엄청나다”고도 했다.

헌 책임자는 시리아 국내에 학교를 재건해서 아이들이 다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업에는 여러 사람들이 투입됐고, 학교에 다시 다닐 수 있게 된 아이들이 많다. 그렇지만 난민이 가장 많이 사는 레바논은 시리아와 교육방식 차이가 커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특히 시리아 아이들에 대한 편견도 많다. 그래서 시리아 밖으로 나온 아이들 중에는 학교를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부모들이 계속 교육을 시키고 싶어도 경제적 문제가 가로막는다. “레바논에서 만난 한 소년은 여덟 살이나 아홉 살 정도 됐을 텐데 무척 학교에 가고 싶어했다. 그런데 가족 전체의 생계가 소년에게 달려 있어서 공부를 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하루 종일 미사일 조각(고철)을 주워다가 파는 것이 그 아이의 일이다.”


시리아 주변국들은 매일같이 늘어나는 난민들로 고충이 크지만 그는 그나마 협조해주는 정부들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했다. “내가 태어난 호주는 요르단처럼 이민자, 난민을 수용하지 않는다. 자타리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지만 요르단 정부가 난민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난민 수용 규모를 줄이고 싶어하는 입장도 이해가 된다. 요르단 정부가 재정과 업무 등에서 엄청난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금 시리아에는 ‘가능한 모든’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1차적으로 유엔과 비정부단체들이 쉬운 단계의 원조를 확실하게 하고, 손이 닿지 않는 시리아 내부 지원도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안전보장이사회가 인도적인 문제들이 잘 해결되도록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반기문 사무총장이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만 이후에도 개선된 것이 없다.”

전쟁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 같은지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불행히도 이 상황이, 이 전쟁이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 전쟁은 계속되겠지만 국제사회가 시리아나 주변국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시리아 안팎의 아이들이 잊혀지는 것이 가장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