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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NSA, 하루 60만건 친구목록 무차별 수집…관계 지도 그려

by bomida 2013. 10. 15.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개인 e메일을 들여다 본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대부분은 미국인들의 메일 계정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NSA의 비밀 정보수집 프로그램 ‘프리즘’을 폭로한 애드워드 스노든에게 받은 자료를 토대로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프리즘 활동이 세상에 알려진 뒤 “테러리스트 감시용일 뿐 미국인들의 메일 내용을 보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WP가 공개한 NSA의 비밀문서를 보면 실제로 NSA가 들여다 본 것은 e메일의 내용이 아니라 받은편지함(Inboxes)과 친구목록(Buddy list)이다. 2012년 1월10일 하루에만 해외 6개 지점에서 60만건 넘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모았다.

e메일 서비스 업체별로 보면 야후는 44만4734건, 마이크로소프트의 핫메일에서 10만5068건, 페이스북은 8만2857건, 구글 지메일은 2만2881건씩이다. 연간으로 따지면 2억5000만건 이상이다. 야후에서 다른 업체보다 배가 넘는 정보가 수집된 것은 메일의 암호화가 가장 늦게 된 진행된 탓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방대한 정보는 어디에 쓸까. 받은편지함에는 메일 주소뿐 아니라 전화번호, 집주소, 가족정보 등이 포함된 경우가 있다. 또 클라우드에 받은편지를 저장하면 한 줄정도 내용이 미리보기로 뜨기도 한다. NSA는 이들 내용을 조합하고 오고간 메일의 흐름, 목록에 있는 친구사이를 분석해 관계 지도를 그려갔다. 개인 성향과 직업, 정치·종교적 관계를 보여주는 특정 인물에 대한 삶의 지도인 셈이다. 비밀 접선 기록을 얻기도 했다.

미국 정보당국이 이 같은 무차별한 정보수집을 하는데는 목표물을 정해 조사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은 프리즘이 대량 정보수집이 폭로 된 뒤 “바늘 하나(결정적 단서)를 찾으려면 (정보) 더미가 필요하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날 공개된 NSA의 브리핑 문서에도 이같은 ‘수집 철학’이 담겨있다. “원하는 것을 골라 찾을까. 메뉴 전부 주문해서 원하는 것을 먹을까.”

미 정보당국을 감독하는 국가정보국의 숀 터너 대변인은 “테러리스트와 인신매매, 마약 등이 조사를 위해 정보를 모은 것이지 개인이 목표는 아니다”라며 “법무부에 최소한의 수집과 사용을 허가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정보 수집은 법원이나 의회 승인을 받을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NSA가 근거로 드는 해외정보감시법은 미국인에 대한 정보수집을 철저히 제한하기 떄문이다. 이 때문에 NSA의 활동은 거의 해외에서 이뤄졌다.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미국 영토안에서 이뤄진 작업은 거의 없다”며 “합법적인 요청을 할 수도 없고, 기술적으로도 특정인에 대한 정보 수집량을 제한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해외에서 미국인이 아니라고 가정하고 수집하는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아무도 모르게 거칠 것 없이 활동하는 NSA에게도 걸림돌은 있다. 광고 등 스팸 e메일이다. 한 비밀문서는 “e메일 대부분이 잘못된 주소에서 오는 스팸이거나 전달되지 않은 스팸 메일들“라고 언급하고 있다. 수집 정보가 워낙 많다보니 저장공간을 확보하는데도 애를 먹는다. NSA의 장기 목표에는 필요 없는 정보를 골라 삭제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