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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중동과 아프리카

이란 대선, 보혁 '양자대결'로...로하니 재선 구도 흔들리나

by bomida 2017. 5. 16.

이란 대선에서 보수 후보가 단일화됐다. 보혁 양자대결이 되면서 하산 로하니 대통령(68)의 재선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이번 선거는 이란의 향후 정치 구도는 물론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는 핵합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개혁세력의 지지를 받는 중도온건파 로하니 대통령, 강경보수 성직자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56)와 함께 3각 구도를 만들었던 모하마드 갈리바프 테헤란 시장(55)이 15일(현지시간)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고 프레스TV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보수파인 갈리바프는 성명을 통해 “로하니의 연임을 막기 위해 사퇴한다”며 “이란 혁명을 지키기 위해 라이시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보수파는 검찰 출신의 젊은 성직자 라이시로 지지층을 집결시켜 정권 탈환 총력에 나설 전망이다.


"후보 등록했어요!" 지난 4월 14일 대선후보 등록 뒤 손가락을 들어올린 로하니. (Photo by Majid Saeedi/Getty Images)



미국 여론조사기관 IPPO에 따르면 지난주 로하니의 지지율은 28%로 라이시(12%)와 갈리바프(9%)를 합친 것보다 높다. 하지만 부동층이 24%, 답변 거부가 22%에 달한다. 특히 부동층을 제외한 이란학생여론조사기관 조사에선 라이시(27%)와 갈리바프(25%)를 합친 지지율이 로하니(42%)보다 높다. 갈리바프 지지층이 모두 라이시를 찍지는 않겠지만 보수 단일화에 따른 표심이 관건이며 당일 투표율도 변수다. 정치분석가 사에드 레일라즈는 “로하니의 경쟁자는 낮은 참여율”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 지지를 얻은 후보가 없으면 1, 2위가 결선을 치러야 한다.

 

보수 단일화가 오히려 개혁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높여 로하니가 재선에 성공하지 않겠냐는 게 현재로선 중론이다. 또 1980년 첫 대선 이래 현직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한 적은 없다. 그러나 2015년 핵합의 이후 물가가 오르고 빈부격차가 커진 게 걸림돌이다. 라이시도 핵합의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경제회복이 늦다며 로하니를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실업률은 12.4%로 전년보다 1.4%포인트 높아졌고 청년실업률은 25.9%에 달한다.

 

로하니와 라이시


로하니는 서방과 추가 협상을 해 제재를 모두 풀고 외국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며 자신에게 더욱 힘을 실어달라고 주장한다. 핵을 포함해 미사일 프로그램, 인권 등 미국의 제재들과 관련한 포괄적인 협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는 14일 이스파한 유세에서 “핵합의로 이란과 세계의 다리를 놓았다”며 “국민이 허락하고 최고지도자가 지지한다면 나머지 제재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 정치분석 매체 알모니터는 로하니의 제안이 2000년대 초 이란과 미국 사이의 대협상(Grand bargain)을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당시 유엔 주재 이란 대사로 협상을 진행했던 인물이 핵협상을 주도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현 외무장관이다. 이번 대선은 핵합의에 대한 국민의 평가인 동시에, 추가 협상의 방향을 결정하는 의미도 있는 셈이다.

 

유달승 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는 “로하니가 압승한다면 미국의 제재를 푸는데 집중할 수 있겠지만 힘겨운 승리에 그친다면 대서방 정책을 제한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 총선에서 개혁파가 압도적으로 의회를 장악했기 때문에 로하니가 이번에 무난히 승리한다면 개혁에 힘을 실을 수 있다. 유 교수는 “로하니 연임의 최대 변수로 꼽혔던 트럼프도 핵합의를 파기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며, 라이시가 당선되더라도 합의 자체를 되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선거는 고령에 암투병 중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후의 최고지도자 선거와도 엮여 있다. 한 중도개혁파 성직자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로하니와 라이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다음 최고지도자가 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어 이번 선거는 이란의 미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