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랜드리 역시 새 도시공간이 만든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뉴욕의 하이라인도 건축업자만 혜택 받는게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가치 환원이 이뤄졌다면 더 확산됐을 도시재생 모델이라고. 청중들의 집중력도 굉장했지만, 서울청년들이 발표하는 동안 활동내용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똑딱이로 찍고, 메모하고 궁금해하던 랜드리의 모습이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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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서울 변화의 길’ 묻고, 석학 ‘창조도시’로 답하다
영국의 석학 찰스 랜드리(67)는 산업화 이후 텅 빈 도시공간을 이야기로 채워 문화적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저서 <창조도시>에서 말했다. 한국을 찾은 그가 5일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청년허브 창문카페에서 청년들과 만나 ‘서울’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20~30대 젊은이들이 모여 새로운 생각과 발상을 연구하는 이곳에서 랜드리는 “도시와 관련해 얘기할 때 거대한 하나의 아이콘을 원하는가, 아니면 100개의 작은 사례들을 원하는가 묻는다”며 “혁신의 원칙은 즐거움인데 간과했던 이 부분을 지키며 완벽하다기보다 완벽해지는 과정에 있는 공간같다”고 말했다.
이날 청년들은 동대문시장 신발상가의 옥상에서 놀 듯이 살아가며 지역 주민과 접점을 만드는 이야기와 거리의 환풍구, 버스노선판 등 작은 부분을 바꿔 서울을 변화시켜려는 활동 등을 소개했다. 랜드리는 이에 대해 “이런 전략적 어바니즘(도시성)은 전 세계적으로 도시에서 이뤄지고 있는 현상”이라며 “사회·문화적으로 새 세상이 오고 있고, 강연자들이 ‘찾다’, ‘관찰하다’, ‘씨앗을 뿌리다’, ‘만나다’ 등의 동사를 많이 사용했는데 앞으로 경제는 이런 말들로 설명되는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 은평구 서울시청년허브 창문카페에서 5일 영국 석학 찰스 랜드리(가운데)가 청년들과 만나 도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청년허브 페이스북 페이지
하지만 청년들의 활동이 도시를 바꾸는데까지 이어지려면 딜레마가 있다고 했다. 기존이 방식을 고수하려는 정부·지방자치단체의 관료주의, 대형 건설사를 필두로 한 기업을 넘어서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단체장이 의지를 갖고 지원을 해줄 수는 있지만 공무원 스스로가 자유롭고, 유연한 상상력을 가져야 도시의 큰 변화는 가능합니다. 그래야 기회가 많아지고, 도시를 구성하는 집단간 차이도 줄어들 수 있어요.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는다해도 도시는 지가(地價)와 부동산에 좌우되기 때문에 시스템을 바꾸기 어렵죠.”
시스템의 변화에는 촉매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미국 뉴욕의 변혁을 이끈 고층빌딩숲 사이 보행길 역시 시민·비영리단체가 만들기 시작해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공공공간 지원정책을 입안하는 수준으로 이어진 것이다. 핀란드 헬싱키에서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 데이’(Restaurant Day)가 있는데 민간의 깜짝 행사가 제도권으로 들어간 사례다. 그는 “작은 것(움직임)을 통해 큰 것을 이루는 방식은 노동조합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운동(캠페인)에서 촉발될 수도 있지만 그 시작은 제도에서 벗어난 불법이라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을 변화시키려는 청년 활동이 확산되려면 새로운 도시공간이 만들어 낸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버려진 건물을 시민들이 공원으로 바꿔놓은 뉴욕의 하이라인도 주변 건물시세가 4배나 오르게 했지만 건축업자만 혜택을 누렸다. 랜드리는 “생산된 가치가 여러 사람에게 환원됐다면 이 모델은 더 확산됐을 것”이라며 “도시재생 과정에서 예술가들은 항상 최전선에 있지만 가치는 공유하지 못한다. 지자체가 부동산만 생각하지 말고 도시와 예술·사람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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