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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탑승객 가족들의 '희망 고문'

by bomida 2014. 3. 17.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의 탑승객 가족들은 아흐레째 희망과 절망을 오가고 있다. 당국이 납치설에 무게를 실음으로써 가족들은 오히려 생존 가능성에 기대를 높여 ‘희망고문’이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가족들에게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는 역설적으로 비행기가 납치돼 어딘가 착륙해 있다는 가설이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여객기 내 ‘고의적 행동’이 있었고, 교신 단절 뒤 7시간 더 운행한 흔적을 발표하자 이 같은 기대는 더 커졌다. 그러나 비행기가 안착하려면 말레이시아 북쪽 항로를 지나야 하나, 이 구간 내 국가들의 레이더나 군사망에 잡히지 않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누이가 실종 비행기에 탑승한 로빈후드 시마준탁은 “비행기가 더 날았다는 가능성이 나오면서 가족들에게는 새 희망이 생겼다”고 현지 뉴스트레이트츠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매일 기도하며 안전하기만 바랄뿐”이라면서도 “구조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신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지 않겠나”라며 최악의 사태도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여객기 파편 등 추락 증거가 나오지 않는 것도 가족들에게는 한줄기 희망이다. 아들을 찾는 한 중국인 아버지는 “납치에 희망을 갖고 있다”면서 “아무리 작은 희망이라도 아들이 살아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CNN에 말했다.

 

탑승객 가족들은 항공사가 제공한 쿠알라룸푸르와 베이징의 호텔에 모여있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항공사의 브리핑을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 됐다. 초조함에 침묵하던 가족들은 항공사나 정부 발표가 나오는 날이면 폭발한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통역사들은 화를 이기지 못한 가족들의 압박에 브리핑이 끝나면 울기도 하고, 공무원들은 물병 세례를 맞는다. 


지난 16일 항공사 측이 앞으로 조사는 범죄 수사로 접어들기 때문에 추가 브리핑은 없다고 밝히자 가족들은 더 분노했다. 이들은 “항공사 관계자들을 가택 연금해야 한다”거나 “항공사 가족들을 모두 따로 격리해 서로 모의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당국이 탑승객과 승무원 조사에 다시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하자 호텔 내 전화감청이 이뤄진다는 루머가 퍼질 만큼 민감한 반응도 보였다.


한편 말레이시아 경찰은 17일 여객기에 탑승한 항공 정비사 1명의 신원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교통부는 실종 여객기에서 “알았다. 굿 나잇”이라고 마지막 무선을 보내기 전에 교신장치가 꺼졌다는 점을 새로 공개해 조종사에 의한 납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