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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북 유조선이 부른 리비아 총리 경질  

by bomida 2014. 3. 12.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 의회에서 선출된 첫 리비아 과도정부 총리 알리 자이단이 전격 해임됐다. 반군의 석유 판매를 막지 못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리비아 의회는 11일 자이단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투표에서 부쳐 138표 중 찬성 124표로 가결했다고 리비아헤럴드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의회는 신임 총리가 나오기 때까지 압둘라 알타니 국방장관이 권한대행을 맡고, 오는 7월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자이단은 추가 조사를 위해 출국이 금지됐다. 지난 1월에도 무슬림형제단 정당인 정의건설당이 자이단 총리의 국정 무능을 탓하며 불신임을 물었지만 부결된 바 있다.


알리 제이단. 사진 www.theguardian.com


자이단의 해임은 동부 알시드라항에서 인공기를 단 유조선 ‘모닝글로리’의 석유 적재를 막지 못한 것이 발단이다. 리비아 3대 석유항의 하나인 이곳은 반군이 장악하고 있다. 카다피 시절 무장봉기를 일으켰던 이들은 리비아 석유의 60%가 생산되는 동부에 모여 자치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동부 최대 반군조직의 수장 이브라힘 자트란은 8개월째 항구를 봉쇄한 채 석유 판매에 대한 수입 배분 확대와 동부 자치권을 요구하며 무력시위 중이다. 

 

이런 때 반군이 지난 8일 입항한 모닝글로리호에 석유판매를 시도하자 리비아 정부는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선적이라며 “유조선을 폭격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도 “불법 판매”라며 과도정부 손을 들어줬다. 반군은 “유조선에 해를 입히면 내전도 불사할 것”이라고 맞받았고, 사흘간 양측간 긴장감이 고조됐지만 모닝글로리는 원유 23만4000배럴을 모두 적재해 항구를 빠져나갔다. 석유대금은 3600만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입장에서는 주요 항구가 반군에 봉쇄된 것보다 석유의 자체적 판매가 더 심각한 위협이다. 가장 중요한 정부 수입원을 뺏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해군과 경찰들이 유조선을 추격할 여력조차 없는 모습을 보이자 의회는 정부 무능에 대한 책임을 묻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