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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중동과 아프리카

“군부 있는 한 불안” 이집트 다시 시작된 반쿠데타 시위

by bomida 2013. 10. 7.

ㆍ타흐리르 광장서 이슬람 세력·군경 충돌 최소 51명 사망


이집트에서 또다시 유혈사태가 일어났다. 정국의 불안정을 부른 중심에는 정권 안정을 앞세워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있다.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 주변에서 6일 이슬람 세력과 군경이 충돌, 최소 51명이 사망하고 268명이 다쳤다고 현지 언론 알아흐람이 보도했다. 반군부 시위가 시작된 지난 8월 이후 최악의 참사다. 7일에도 혼란이 계속돼 이스마일리아의 수에즈 운하 부근을 순찰하던 군차량이 총격을 받아 군인 5명이 희생됐고 시나이 남부의 한 보안시설도 차량 폭탄 공격을 받아 5명이 숨졌다. 카이로 교외에서는 위성 방송국이 로켓 공격을 받는 등 이집트 전역에서 보안시설에 대한 공격이 연이었다. 

6일 시위는 40여개 이슬람 정당·단체가 뭉친 ‘반쿠데타연합’이 주도했다. 이들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군부가 쫓아낸 것은 불법이며 “체제 전복의 주범인 군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슬람 진영의 반발은 지난 두 달간 1000명 이상의 희생자를 냈지만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무슬림형제단 멤버 2000여명이 체포된 뒤 동원력이 약해지고는 있으나 반쿠데타연합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반군부 움직임에 동참을 요구하며 8일 또 한번의 집회를 준비 중이다.

이집트 국경일, 군부 찬반 시위 이집트 폭동진압 경찰이 6일 카이로 시내 람세스 광장에서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무슬림형제단을 향해 고무탄을 쏘고 있다. 경찰의 진압 차량 주변에 무르시를 반대하는 친정부 시위대가 포진해 있다. 카이로|로이터연합뉴스


60년 넘게 정권을 잡았던 군부는 이집트 정치에서 확고한 자리를 갖고 있다. 국내 정치가 불안한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과도정부는 마비 상태이고 치안도 살얼음판이다. 대규모 시위는 언제든 터질 수 있고 군경 시설에 대한 공격도 잦다. 그렇다고 시위대가 범국민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카이로대 정치학 교수 하산 나파는 “시위대는 군부가 모든 국민을 위한 군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 하지만 국민들에게는 그런 메시지로 전달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부는 내년 봄쯤 대선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군부의 영향력 안에 놓일 수밖에 없다. 무르시 축출을 주도한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은 차기 대선에 나올 경우 당선이 가장 유력한 인물이다. 호스니 무바라크 시절 오랜 기간 외무장관을 지낸 아므르 무사 전 아랍연맹 사무총장과 아메드 샤피크 전 총리 등은 공개적으로 엘시시를 지지한다.

본인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도 ‘엘시시 대통령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인 압둘라 알세나위는 “엘시시가 대통령이 되지 않는 이상 국가의 수장이 둘이 되는 위험에 빠진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군부가 버티고 있는 한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혼란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분석가 무스타파 카멜 알사예드는 “다음 대통령은 군에 대한 영향력이 전혀 없을 것”이라며 “군부는 계속해서 이전처럼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