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살인혐의로 기소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의족’ 단거리 육상선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7·사진)의 재판이 3일 시작됐다고 현지 가디언메일 등이 보도했다. 유죄가 입증되면 그는 25년형 이상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 프리토리아 노스가우텡 고등법원은 이날 시작된 피스토리우스 사건 첫 정식재판에 그의 전 여자친구를 비롯해 증인 107명을 요청했으며, 피고 측 변호인단과 검찰 측의 공개변론도 예정돼 있다.
피스토리우스는 종아리 뼈가 없는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열 한살 때 무릎 아래를 잘라내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의족을 끼고 달리기에 도전해 절단 장애선수로는 처음으로 일반 육상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 참가하면서 ‘인간 승리’로 불렸던 인물이다.
비극은 지난해 2월14일 밸런타인 데이에 터졌다. 이날 피스토리우스의 집에서는 총소리가 들렸고, 그의 여자친구 리바 스틴캄프가 숨진 채로 발겼됐다. 검찰은 피스토리우스가 스틴캄프를 고의적으로 살인했다며 기소했으나, 그는 침실에 딸린 화장실 문 뒤에 침입자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총을 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재판에서 당시 집에서 두 사람이 말싸움을 했다는 증언과 옛 여자친구들을 상대로 그가 집착증이 있고 총기를 오용한 전례가 있다는 사실을 증거로 제시할 예정이다. 또 미국 연방수사국(FBI)를 통해 애플의 협조를 받아 아이폰 통화내역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그가 의족을 착용하지 않은 채 총을 쐈다는 점을 들어 우발적인 사고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고 열흘 전 식료품점 폐쇄회로(CC)TV에 찍힌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도 증거로 제시할 계획이다.
이날 재판은 현지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됐다. 지난달 프리토리아 법원은 피스토리우스의 발언을 제외한 부분의 방송을 허가했다. 스틴캄프의 어머니도 이날 가족대표로 재판장에 나왔다. 그는 재판 전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내 눈으로 직접 딸에게 일어난 진실을 보고 싶다. 어떤 결정이 나오든지 용서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피스토리우스 변호인단은 지난 1월 스틴캄프 가족과 합의금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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