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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사우디서 ‘주술 부린다’는 혐의받는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 이번에는 보호받을까

by bomida 2014. 2. 21.

사우디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가사도우미들을 지킬 수 있을까. 


인도네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는 자국 노동자 보호를 위해 사우디 당국과 양해각서를 맺었다고 자카르타글로브 등 현지 언론이 20일 보도했다. 이번 합의로 노동자들은 월급과 휴일수당을 제때 받고 일주일에 하루 쉴 수 있으며 휴가도 갈 수 있게 됐다. 또 휴대전화 사용과 병원 치료도 보장 받는다. 고용주가 갖고 있던 여권은 노동자가 소지한다.

이는 인도네시아 가사도우미들이 사우디에서 감금, 강제 추가 노동, 심리·성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며 4년간 노동자들과 단체 등이 정부 대책을 압박한데 나온 것이다. 사우디는 말레이시아 다음으로 인도네시아 출신 노동자가 많은 곳이다. 120만명으로 추정되는 이주노동자 중 70% 이상이 가사도우미다.

인도네시아 인력이주부 수하르토노 대변인은 “사우디와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인력 송출 중단이 바로 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약속 이행여부를 지켜본 뒤 송출 허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각국에서 모인 이주노동자만 150만명에 이르는 사우디에서는 노동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가사도우미들은 고용주의 잘못을 폭로하려고 하면 절도나 마술을 부린다는 혐의로 기소당하기도 한다. 2011년에는 감금과 폭력에 시달리던 인도네시아 노동자가 고용주를 살해하자 사우디 정부는 본국에 통보도 없이 참수해 외교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최근 양국간 협의가 진행되면서 이달 초 압둘라 왕이 2003년 마술을 부린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가정부를 사면했다.

이에 지난해 사우디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보호하는 새 노동법을 만들었다. 법안은 하루 9시간은 쉬어야 하고 매달 임금을 지급받아 한다고 명시돼 있다. 병가도 허용되며, 2년에 한 달씩 휴가를 갈 수 있다. 건강을 위협하는 업무 지시도 금지됐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이슬람 법률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해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또 노동자는 임무를 ‘완벽하게’ 해야하며 고용주에게 복종하고 가족 비밀은 엄수해야 한다는 애매한 의무사항도 달았다. 특별한 사유없이 일을 그만두거나 업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해 노동자의 자유를 가로막는 한계점도 있다.

당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이 법에 따라 불법 체류자와 노동법 위반자들을 추방하기 시작해 지난달까지 25만명이 사우디에서 쫓겨났다. 휴먼라이트워치에 따르면 아이와 여성을 포함한 1만2000여명이 1월까지 소말리아에 강제로 보내졌지만 이들 중 난민신청이 받아들여진 경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