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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오바마 “완전 철군 준비” 카르자이에 아프간 안보협정 서명 압박

by bomida 2014. 2. 26.

ㆍ탈레반 세력 여전해 ‘딜레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말까지 아프가니스탄 파병군을 완전 철수하는 방안을 준비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미국이 아프간에서의 완전 철수를 언급한 것은 2014년 이후 주둔에 필요한 상호안보협정을 거부하고 있는 아프간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게 전화해 “서명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국방부에 철군 계획을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협정 타결을 끌수록 2014년 이후 준비가 힘들어진다”고 언급하면서도 4월 대선에서 뽑힐 새 대통령과 사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겼다.


2001년 9·11테러 후 알카에다를 지원하는 탈레반 소탕을 명목으로 아프간전을 시작한 미국은 올해 말까지 13년째 이어진 장기전을 단계적으로 끝내려 하고 있다. 이후에는 안보협정을 통해 1만명 정도의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은 남겨 훈련 등을 맡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카르자이가 안보협정에 서명을 거부함으로써 계획 이행이 불투명해졌다. 카르자이가 협정 서명을 거부하는 것은 자신을 ‘미국 꼭두각시’로 부르는 탈레반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나토가 치안권을 이양하는 등 외국군이 아프간 철수 움직임을 본격화하자 탈레반은 거센 공격을 이어갔다. 이에 카르자이는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통해 미국이 없는 아프간에서 ‘살 길’을 찾고자 했다. 그러나 협상은 어긋났고, 지난 23일 탈레반 공격에 아프간군 21명이 사망하는 등 민간인과 군병력 피해는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완전 철수는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파키스탄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완전 철수는 고려대상이 돼서는 안된다”며 “아프간군의 30%가 이탈해 내전을 부를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파키스탄 정부 역시 지난해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집권한 뒤 시도한 탈레반과의 대화에 실패하면서 탈레반 은신처를 연일 폭격하는 등 탈레반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샤리프는 이날 국가안보정책을 통과시켜 모든 테러조직과는 조건없이 폭력을 포기해야 협상할 수 있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탈레반은 “이 조건에 응할 것 같으면 10년 전에 했다”며 거부했다.

미국은 아프간에서 완전히 발을 빼겠다고 으름장을 놓고는 있으나 탈레반이 아프간과 파키스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완전 철수를 시행할 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