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평화회담서 과도정부 추진·전범재판 회부 논의에 힘 실릴 듯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3년간 내전을 치르며 자국민을 상대로 조직적인 고문과 처형을 자행했다는 자세한 증거가 나왔다.
전 시에라리온 국제형사재판소 검사인 데스몬드 데 실바와 데이비드 크레인, 전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 검사 제프리 나이스는 시리아 정부 수용소에서 사망한 수감자 사진을 조사해 아사드의 전범 증거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가디언과 CNN이 20일 보도했다. 조사팀은 내전이 발발한 2011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수용소에서 찍은 1만1000구의 시신 사진 5만5000건을 확보했다. 대부분 20~40세 젊은 남성들로, 고문 자국이 남아 있으며, 두 눈이 없는 시신도 있었다. 교수형이나 감전사당하고, 굶어죽은 흔적도 있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AFP
사진들은 시리아 헌병의 지시로 시신을 촬영한 사진사가 메모리 카드를 가지고 탈출하면서 공개됐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고문 또는 사형으로 죽은 수감자는 수용소에서 군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의사와 사법당국자가 있는 병원에서 사망한 것처럼 기록을 남겨 사망확인서를 발급하고 사진을 찍은 뒤 교외 매장지에 묻었다. 가족에게는 심장마비나 호흡곤란으로 사망했다고 통보했다. 하루 50구 이상의 시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실바 전 검사는 “산업 수준의 대규모 학살이다.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수용소를 연상시킨다”며 “아사드가 반인륜·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분명한 법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스위스에서 22일 열릴 시리아 평화회담(제네바2)을 이틀 앞두고 공개됐다. 이번 회담은 아사드가 물러나고 과도정부를 세우는 것을 전제로 내전을 끝낼 논의를 하는 자리다. 자국민 학살 의혹을 부인해온 아사드는 최근 반정부군에 알카에다 세력이 편입된 점을 들어 “테러와 싸우고 있다”며 정권 유지 명분을 내세우기도 했다. 평화회담을 앞두고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는 주장으로 해석되지만 미국과 영국 등 대다수 참가국들은 아사드가 물러나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강조하고 있다. 유엔은 19일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는 이란을 회담에 초청했으나 이란이 이 같은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자 하루 만에 초청을 철회했다.
보고서는 국제형사재판소에도 제출될 예정인 가운데 이번 회담에서 이 내용이 논의되면 아사드 제소 움직임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사드를 전범 재판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은 내전 내내 계속됐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성사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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