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물도 음식도 약도 끊긴 시리아 야르무크 마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남쪽 마을 야르무크가 죽음의 땅이 된 것은 1년 전 반정부군이 마을을 장악했을 때부터다. 수도까지 8㎞ 남짓 떨어진 곳을 뺏긴 정부군은 주변을 봉쇄했다. 시리아에서 가장 큰 팔레스타인인 난민촌이 있던 이곳에 장기간 생필품 공급이 끊기면서 굶어죽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AP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이 아이도 끝내… 시리아 최대 팔레스타인인 난민촌인 야르무크에서 한 아이가 영양실조에 걸린 채 누워 있다. 야르무크의 활동가들이 지난 11일 공개한 이 사진 속의 아기는 곧 숨졌다. 다마스쿠스 | AP연합뉴스
같은 마을의 10대 소년
마젠 알아사리는 엄마에게 줄 음식을 구하지 못하자 좌절감에 목을 맸다. 한 노인은 강도에게 돈과 음식을 뺏긴 뒤 목숨을 잃었다. 한 엄마는
아이들에게 먹일 것을 찾아 아욱을 뜯으러 갔다가 다리와 손에 총을 맞았다. 정부군 저격수들이 포위한 지역인 줄 모르고 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동영상 속 여성은 피가 흐르는 손을 떨며 울고 있다. “아욱을 좀 얻으려고 했던 것뿐이다. 우리를 살려달라.”
반정부
활동가들은 지난해 말부터 야르무크에서 굶주림에 숨지거나, 영양실조로 질병이 악화돼 죽은 이들이 68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다마스쿠스 부근에 사는
활동가 수잔 아메드는 “오늘도 한 엄마와 아이 셋이 상한 음식을 먹고 죽었다. 그것 말고는 먹을 것이 없었다. 몇주간 아이들이 계속 죽고
있다”고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유엔은 물과 음식, 의료품이 바닥나고 있다며 시리아 정부에 원조·재건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막지 말라고 누차 요구했지만 정부는 봉쇄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 야르무크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시리아에 옮겨왔다가 내전으로 ‘2중의 난민’이 된
사람들이다. 이들을 오래전부터 돌봐온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의 크리스토퍼 군네스 대변인은 “영양실조가 심해져 병에 걸린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 음식 구하다 저격 당하고 영양실조로 수십명 죽어가
상당수는 팔레스타인 출신… 인도적 지원도 봉쇄돼 방치
야르무크에는 최대 20만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살았으나 2012년 말 교전이 격해지자 대부분 피란길에 올랐다.
지금은 2만명 가까이 남아 있는데 도망을 치려다 반정부군에 다시 잡혀오기도 한다. 정부군과 반정부군 모두 수도를 비롯해 알레포·홈스 등 인구밀집
도시를 차지하기 위해 포위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을 도우려 들어갔던 인력이 납치되기도 한다.
유엔은 13일 야르무크에
1만명분의 식료품을 들여보내려 했지만 트럭 호위대를 겨냥한 총격이 일어나 다시 돌아와야 했다. 포위됐던 일부 지역에서 물자 이동을 허락하는
협상이 벌어지고 있으나 야르무크는 다마스쿠스 길목의 요충지여서 협상도 답보상태다.
유엔은 시리아 안에서 집을 떠나 피란길에 오른
사람이 6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중 25만명은 봉쇄 등으로 지원 사각지대에 방치됐다고 보고 있다.
당장 먹을 것이 없어
가축 사료를 먹는 처참한 상황이지만 야르무크의 부모들은 여전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다. 시리아는 중동 내에서도 높은 교육열을 보였던 곳이다.
하산은 “공무원들은 아이들이 쓰러진다고 보내지 말라고 하지만 계속 가르칠 것”이라며 “굶주린 선생님들이 배고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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