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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람들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의 ‘대모’ 헬렌 토머스 기자 별세

by bomida 2013. 7. 21.

50년간 미국 백악관 기자실을 지켜온 백악관 출입기자들의 ‘대모’ 헬렌 토머스 기자가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미 중견언론 모임 ‘그리다이언 클럽’(Gridiron Club)은 이날 “토머스가 다음달 4일, 93번째 생일을 앞두고 숨졌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부터 현재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10명의 전현직 대통령을 취재한 백악관 기자실의 터줏대감이었다.

백악관 브리핑실에서 열리는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토머스가 “안녕하세요. 대통령님”이라고 인사를 하며 시작, “감사합니다. 대통령님”이라고 끝을 맺던 때도 있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8월4일 헬렌 토머스 기자의 89번째 생일을 맞아 컵케익을 선물하고 있다. AP


1920년 켄터키주 렉싱턴에서 레바논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42년 웨인주립대를 졸업한 뒤 이듬해 UPI통신사의 전신인 UP(United Press)통신에서 라디오 작가로 일을 시작했다. 당시 여기자들은 사회·가정에 관련한 기사만 썼고 전쟁·범죄·정치 기사는 대부분 남성 기자들이 다루던 시절이었다.

토머스는 1950년대 중반부터 정부 기관 출입을 시작해 1960년 케네디 전 대통령의 대선 운동 취재를 맡았다. 케네디 당선과 함께 백악관으로 들어오면서 이 곳에 출입하는 첫 여기자가 됐다.

그는 백악관기자단 첫 간사를 맡았고, 1975년 그리다이언 클럽에는 9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회원이 돼 회장직까지 올랐다. 여성 가입을 금지했던 내셔널프레스클럽의 첫 여성 간부였다.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역사적인 취재에 동행한 유일한 여성 기자였다.

미국 백악관에서 지난1981년 헬렌 토머스 기자(가운데)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왼쪽)을 인터뷰하고 있다. AP

미국 백악관에서 헬렌 토마스 기자가 지난 1963년 기자회견 도중 존 F. 케네디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AP


그는 근무하던 UPI통신이 워싱턴타임스의 모회사 ‘뉴스 월드 커뮤니케이션스’에 2000년 흡수 합병되자 회사를 그만두면서 백악관을 잠시 떠나기도 했다. 이후 ‘허스트 코포레이션’의 백악관 출입기자로 돌아왔으나 2010년 6월 백악관의 유대인 관련 행사에서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을 떠나 폴란드나 독일(자신들의 고향)로 가야 한다”고 한 말이 구설에 올라 가자직을 사임했다. 이후 버지니아주 주간지 ‘폴스처치 뉴스-프레스’에서 다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토머스는 1971년 UP통신의 라이벌인 AP통신의 14살 연상의 백악관 출입기자 더글러스 코넬과 결혼했으나 11년 뒤 남편을 잃었다.

이날 타계 소식에 오바마 대통령은 “여성 언론인의 벽을 허문 진정한 개척자이며 아내 미셸과 나는 슬퍼하고 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