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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럽

유럽 지하철서 “신사숙녀 여러분” 안내 사라진다···‘제3의 성’ 포용 위해

by bomida 2017. 8. 1.

영국 런던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 지난 8일(현지시간) 성소수자 축제(Pride Festival)를 기념하는 무지개 장식이 걸려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신사, 숙녀 여러분(Ladies and gentlemen).”


 지하철이나 백화점과 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공지를 시작하는 전형적인 문구다. 앞으로 유럽에선 이런 안내를 듣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남성과 여성. 두가지 성만으론 모든 사람을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철도회사인 ‘NS’가 오는 12월부터 모든 열차와 역사 안내방송에서 승객들을 ‘신사 숙녀 여러분’ 대신 ‘여행자 여러분(Best travelers·Dear travelers)’이라고 표현하기로 했다고 현지 더치뉴스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S 측은 “‘신사 숙녀’라는 말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차와 역에 있는 모든 사람이 편하게 느끼기를 바라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암스테르담시는 연설과 문서에 남녀의 성을 구분하지 않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남성을 지칭하는 ‘디어 써(Dear Sir)’, 여성의 ‘디어 마담(Dear Madame)’이라는 표현 대신 ‘참석자 여러분(Best attendees)’이나 ‘주민 여러분(Dear resident)’을 쓰는 것이다.


 영국 런던교통공사(TfL) 역시 이달 초부터 지하철 안내방송에 ‘신사 숙녀 여러분’ 대신 ‘여러분 안녕하세요(Hello everyone)’라는 말을 쓰고 있다.


 유럽의 공공장소에서 ‘중성적 표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레즈비언과 게이, 양성애자와 트랜스젠더(LGBT) 등 다양한 성정체성을 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남녀로만 나눴던 기존의 성 구분은 성소수자를 소외시키는 한편 성차별적인 고정관념도 고착화시킬 수 있다.


 영국 광고표준위원회(ASA)가 지난 19일 ‘소년은 학자, 소녀는 발레리나’로 남녀의 장래희망을 구분하거나 ‘청소하는 엄마와 쉬고 있는 아빠’라는 묘사로 성역할을 묘사한 광고를 규제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기업들의 성평등 감수성은 수익을 위해서도 중요한 가치가 됐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600만개의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양성평등의 의미를 담은 언어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하는 브랜드의 매력도가 그렇지 않은 쪽보다 8~10%포인트 정도 높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공공건물의 화장실에 남녀 구분 표지판을 없앤 ‘성 중립화’를 위무화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여럿이 이용하는 공용 화장실은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1인용 화장실의 경우 성 정체성에 구분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백악관은 2015년 아이젠하워 사무동 건물에 중립(gender neutral) 화장실을 설치한 바 있다. 시카고 역시 대학가를 중심으로 이 같은 ‘모두의 화장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미 성 중립 화장실이 절반을 넘는 스웨덴은 남성과 여성이 아닌 성을 나타내는 대명사(hen)가 2015년 스웨덴학술원의 공식 단어로 등록되기도 했다. 스웨덴어로 남자(han)와 여자(hon)를 합성한 단어로 자신의 성별을 구분하기를 원치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