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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이슈/서울이야기

“경의선 숲길은 골목상권 살리는 공적 공간 돼야”

by bomida 2015. 6. 1.


옛 경의선 폐선로를 따라 공원이 생깁니다. 6㎞ 조금 넘는 경의선 숲길에는 도시경관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서울의 도시계획 변화가 담겨있는 것 같네요.

ㆍ13일까지 ‘경의선 리포트’ 전시

5호선 공덕역 사거리 대로변에서 한 블록 안으로 들어간 공터에는 주말마다 장이 선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옛 경의선 폐선 위에 펼쳐진 ‘늘장’은 주민들이 버려진 선로 주변 터에 2013년부터 텃밭농장을 꾸미고 장을 열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늘장 한쪽에 천막 안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천막 안 사방의 벽과 바닥에는 용산구에서 시작해 늘장이 있는 연리동과 연남동을 지나 마포구 성산·가좌동까지 이어지는 경의선 숲길 지도와 그림이 가득하다. 숲길을 따라 주변 지역에 위치한 주거지, 재개발 예정지, 학교와 공공기관, 카페와 공방, 소극장, 여행사, 갤러리 등이 표시됐고, 각 지역의 문화와 골목상권이 특징도 깨알같이 적혀있다.

오는 13일까지 천막에서 열리는 ‘경의선 리포트’는 늘장을 비롯해 경의선을 끼고 살아온 이들이 기획한 전시회다. 철길로 얽혀 있는 지역·시민단체들이 내년에 완성될 경의선 숲길의 방향성을 고민하기 위한 ‘경의선포럼’을 준비하면서 마련됐다.


2005년 지하화를 시작한 경의선 지상구간은 용산문화센터에서 마포구 가좌역이 있는 홍제천까지 6.3㎞가 공원화돼 숲길로 바뀐다. 대흥동 구간은 이미 공원이 됐고, 다음달 연남·염리동 구간이 2차로 개장한다. 내년 5월이면 전 구간 숲길이 완성을 앞두고 있다.

경의선포럼은 대기업이 주도하는 인근 지역 재개발과 맞물려 진행 중인 숲길 조성사업이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지면서 구성됐다. 4개 자치구를 지나는 긴 숲길은 철길로 끊어졌던 곳을 이어 한강과 같이 서울의 서부권을 관통하는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주민은 물론 골목상권과 생활문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숲길이 공공의 공간이 되려면 지금부터 일상생활의 네트워크를 꾸려야 한다는 판단에서 포럼이 만들어진 것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해 그간 구간별 숲길 설계를 주민의견을 받아 변경하고, 향후 운영을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경의선포럼 준비모임의 최정한 공간문화센터 대표는 “숲길이 파편화돼 있는 주민들의 삶과 골목경제를 잇는 역할을 하도록 주민과 공공간 거버넌스를 구성해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의선 숲길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홍대였습니다.


 

  숲길을 낀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고민이 있죠. 서울처럼 건축물 밀도가 높고, 공간이 비싼 곳에서 경의선 폐선로 같은 없던 땅이, 그것도 생 흙바닥이 새로 생기는 일은 흔치가 않습니다. 다행인 것은 숲길 주변이 마포에서도 지역, 예술 커뮤니티가 오랜시간 뿌리를 내린 곳이라는 점이죠. 관 중심의 행정에 창의적 발상이나 지역 주민들의 삶과 연계한 행정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서울에서 공간을 둘러싸고 많은 문제와 논의들이 파생되고 있습니다. 경의선 숲길도 앞으로 똑같은 고민을 안게 되겠죠.



    프랑스 지리학자가 쓴 책을 읽다보니 이게 '문제'라기 보다 서울이 가진 '문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당대 가장 '핫'한 도시계획 아이템을 받아들이고 소화하려는 경향성이 서울의 특징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재생'이 최근 몇년새 서울시 정책의 최대 화두가 된 것도 그렇습니다.


 한국 도시경관의 불안정성은,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불안정성은 우선 도시를 변화 속도에 있어서 과격함을 의미한다. 국토의 빠른 개발과 변모를 경험한 사회가 갖고 있는 공통적 특징은 '새 것에 대한 맹목적 숭배'로 나타난다. 1970년대 이후 '새로운 도시'의 창궐은 '신'이나 '뉴'라는 접두사를 무한대로 사용케 했다. 


 서울의 가옥 갱신 주기는 서구의 도시보다 훨씬 짧다. 델리상은 도시가옥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한국인 대다수의 '무심함'을 지적한다. 베르크는 일본에서 도시의 의미 내지 일본의 도시성에 대한 조사에서 유사한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일본에서 도시의 의미는 일본 사회 내 시공간 조직의 핵심이라 할, '유동의 문화'(culture de flux)에 기초한다고 보았다. 서울 주거 공간의 계속적인 변모 역시 '유동의 문화'로 해석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는 시간의 순환적 개념이 배어 있으며 서구인들이 발전시킨 '축적의 문화'(culture de stock)와는 그 의미가 매우 다르다. 축적의 문화는 직선적인 시간성에 뿌리를 두면서도 이미 지어진 가옥의 영속성에 더 집착한다.

 

 한국에서 주택의 끊임없는 변모는 서구가 보여 주고 있는 도심의 박물관화와는 근본적으로 대립된다. 서울은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 나가고 변화하고 있으며 현재에 멈춰 설 수 없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확실히 서울은 지리학에 저항하는 도시이다. 

 

<아파트 공화국> 발레리 줄레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