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

‘동식물의 보물창고’ 코스타리카, 동물원 없앤다

by bomida 2013. 8. 8.

ㆍ환경장관 “가두지 않은 채 야생동물 보호”… 400마리 동물 방사하기로


북미에서 남미로 가는 길목, 아메리카 대륙의 중심인 코스타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생명체가 있는 곳이다. 지구 전체 육지의 0.25%에 불과한 이 땅에 세계 생물종의 5~6%가 산다. 동식물의 보물창고 같은 이 나라가 우리에 갇힌 동물을 꺼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레네 카스트로 코스타리카 환경장관은 수도 산호세의 97년 된 시몬 볼리바르 동물원을 내년 식물공원으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고 현지 일간 라 나시옹이 지난달 보도했다. 산호세 서쪽의 또 다른 동물원인 산타 아나 보호센터도 문을 닫는다. 국립인 이들 동물원과 보호센터에는 60종, 400마리의 동물이 있다. 시설이 없어지면 이들은 야생에 방사되거나 구조센터에 보내져 야생 적응훈련을 받게 된다.

동물을 풀어주기로 결정한 것은 인간의 입장에서는 보호 정책일 수 있지만 결국 어떤 형태의 감금도 옳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코스타리카는 국토의 25%를 국립공원이나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는 전 세계 평균(13%)의 두 배이며, 선진국(8%)보다도 월등히 높다.

두발가락 나무늘보·얼룩말나비·빨간눈청개구리(위부터)


코스타리카는 거대한 대륙의 중간에 위치한 덕에 북·남미 생물 간 교배가 이뤄져 많은 생물들이 생겨났다. 희귀 원숭이인 흰머리카푸친과 세발가락·두발가락 나무늘보, 가시꼬리이구아나, 멸종 위기종인 붉은바다거북도 이곳에 가면 볼 수 있다. 800종이 넘는 새와 400종 이상의 파충류(양서류 포함), 식물도 1만종 이상이 살고, 곤충은 최소 3만에서 30만종까지 있다는 보고도 있다. 전체 동식물 종류는 50만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도 1973~1989년 극심한 산림 벌목으로 식물들이 파괴됐고, 불법 포획으로 멸종위기 동물들도 사라져갔다. 남벌에 대한 당국의 대대적 단속이 시작돼 2005년 이를 거의 없앴고, 2002년부터 동물 서커스와 사냥도 금지했다. 

정부는 동식물 보호를 위한 보다 진전된 조치로 동물원 폐쇄에 착수한 것이다. 카스트로 장관은 “가두지 않은 상태로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새로운 단계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발도 있다. 두 동물원의 운영을 맡은 재단 측은 2024년까지인 계약을 보장하라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또 수의사 란달 아르게다스는 “부상당한 동물 중에는 치료를 받고 방사되어도 먹이를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고 계속 갇혀 살았기 때문에 야생성을 아예 잃어버린 종들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