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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알카에다, 바그다드 코앞까지 진격

by bomida 2014. 1. 3.

알카에다, 바그다드 코앞까지 진격

ㆍ이라크 수도서 60㎞ 팔루자·라마디 경찰서 습격·모스크 점령 등 ‘활보’
ㆍ시리아 내전 장기화 업고 조직 확대, 미군 개입 어려워… 혼란 지속 전망

이라크 내 알카에다 세력이 부활하고 있다. 혼란한 정국을 틈타 수도 바그다드 코앞까지 진격하면서 이라크 치안은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서부 안바르주 팔루자와 라마디 시내는 지난 1일부터 검은 옷을 입고 알카에다 깃발을 든 무장병력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이들은 경찰서에 불을 질러 죄수들을 탈옥시키고 모스크도 점령했다. 이라크군은 2일 안바르의 80%를 정부가 평정한 상태라고 밝혔다고 현지 이라크뉴스 등이 보도했지만 알카에다 측은 팔루자의 절반, 라마디 일부를 자신들이 장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그다드에서 불과 60여㎞ 떨어져 있는 이곳에 알카에다의 재등장은 이라크 정국의 불안감을 키운다.

두 도시를 공격한 세력은 알카에다 연계단체인 ‘이슬람국가 이라크·시리아(ISIS)’다. 3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도 반정부군으로 활동 중이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과 맞서기 위해 서방이 반정부군에 무기 등을 지원했고, 이 가운데 일부가 이들의 손에 들어가면서 세력을 키웠다. 시리아와 국경을 접한 안바르는 대부분이 사막 지형이어서 사실상 이라크 정부의 통제 밖이다. 특히 시리아 내전 이후 자살폭탄 테러를 일삼는 극단주의 외국 용병들의 숫자도 늘어났다.

총을 든 무장세력들이 지난 3일(현지시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60km 정도 떨어진 팔루자 시내를 활보하고 있다. 알카에다 연계단체 '이슬람국가 이라크·시리아(ISIS)' 소속원인 이들은 시리아와 국경을 접한 이라크 안바르주 사막을 통해 팔루자와 라마디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로이터


수도로 들어가는 길목이기도 한 안바르주는 이라크전 최대 격전지였다. 8년간 전쟁에서 숨진 미군의 3분의 1이 이곳에서 사망했다. 팔루자에서는 2004년 8일간 거리 교전으로 수백명이 숨졌고, 라마디는 2006년 하루에 25건의 전투가 일어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수니파 토착세력이 지배하고 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가장 반발이 컸지만 알카에다의 무차별 학살이 계속되자 토착 수니파 지도자들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각성을 위한 협의회’를 만들어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정권을 수립한 이후 정부에 대한 불만도 가장 많은 곳이다. 말리키는 2010년 수니·쿠르드와 연립정부를 구성해 여러 종파를 수용했지만 2011년 미군 철수 이후 수니파를 배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수니파 진영은 안바르 주도인 라마디에서 1년 넘게 시위를 이어왔다. 말리키는 이 농성장을 ‘알카에다 지도본부’로 규정해 시위를 주도한 수니파 의원을 체포한 데 이어 지난달 군병력을 보내 철거를 시도하다 토착 수니파 진영과 무력충돌을 불렀다. 사태가 악화되자 정부군이 철수했는데, 이 틈을 노려 알카에다 세력이 밀고들어오면서 정부군과 맞붙었다. 지난 4일간 양측 교전으로 35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에서의 알카에다 확산은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한 데 따른 것이다. 시리아의 강경 수니파 반정부군이 인근 이라크와 레바논 내 수니파와 협력하면서 이들 국가도 교전지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알카에다는 소탕됐다고 주장했지만 분쟁 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조직으로 확산돼 왔다.

이라크 내 종파갈등도 전쟁 후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엔은 지난해 교전과 자살폭탄 등으로 7800명이 사망했으며, 지난달에만 70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미 피란길에 오른 사람들도 많아져 요르단 유엔 난민촌에는 지난 3주간 안바르주 국경을 넘어온 인원이 주당 415명이나 됐다. 이라크 엔지니어 피라스 모하메드(28)는 “안바르의 많은 남성들이 최근 몇 년간 여러 적들과 싸웠다”며 “미국과 말리키군과 맞섰고, 이제 알카에다다. 더 이상 외부 세력이 들어오게 놔둬서는 안된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알카에다의 부활과 내부 충돌이 격화되면서 미국은 이라크에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추가로 지원하고 있지만 당장 제3자 개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말리키 총리는 수니파 수용책에 회의적인 입장이어서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